[새영화] '인터프리터'‥ 결박 당한 '결백' 숨가쁜 테러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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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폴락 감독의 스릴러 '콘돌' '야망의 함정' 등은 탄탄한 구성과 개성적인 캐릭터로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신작 '인터프리터'도 스토리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스릴러다.
아프리카 태생의 유엔 통역사 실비아(니콜 키드먼)는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 암살계획을 모의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고 경찰에 알린다.
수사관 토빈(숀펜)은 미심쩍은 과거 행적을 문제삼아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실비아는 결백을 증명하는 한편 암살자들의 추격을 따돌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주인공이 우연히 암살사건에 연루되는 줄거리는 스릴러의 전통적인 양식이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와 존 술레진저 감독의 '마라톤맨' 등의 명작들이 그랬다.
이들 작품에 비해 '인터프리터'는 주인공이 여성이며,액션을 줄이고 주제를 더 선명하게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테러리즘을 다루지만 이면에는 가족을 잃어버린 경험을 공유한 두 주인공이 있다.
상실감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가 하면 스스로를 고립의 세계로 밀어넣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그 상실감은 간혹 분노나 복수로 표출되기도 한다.
"복수는 슬픔을 연장시킬 뿐"이란 실비아의 대사에는 주제가 함축돼 있다.
주무대가 평화의 상징인 유엔인 것도 주제와 관련이 있다.
실비아는 보통사람처럼 상처받고 분노하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실비아가 암살 모의를 해결하는 영웅으로 묘사됐더라면 진부한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토빈은 실비아를 관객의 입장에서 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가 의심하고 매혹되는 대로 관객은 따라간다.
폴락 감독은 숨 돌릴 틈 없는 액션으로 화면을 메우지 않는다.
긴장된 분위기를 묘사한 뒤 짧은 액션으로 느낌의 강도를 배가시킬 뿐이다.
실비아가 암살 위협을 받는 순간 맞은편 건물에서 토빈이 현장으로 뛰어가는 액션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이전의 이완된 분위기로 인해 오히려 긴박감이 높아진다.
22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