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옛 사이공)에서 남쪽으로 약 48km 떨어진 동나이성 연작공단.이 곳에 들어서면 대지 면적만 13만2천평으로 단일 신발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부산의 대표적인 신발기업 화승의 현지법인 화승비나가 눈에 들어온다. 총 21개 생산 라인에서 1만2천5백여명 근로자들이 신발원단을 재단하고 완성품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여기서 생산되는 신발은 미국의 유명브랜드 리복.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월 1백만켤레씩 생산돼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화승비나는 주문량이 늘어남에 따라 오는 9월 6개 라인 규모의 공장을 완공한다. 근로자도 2천5백여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1억달러가 목표다. 내년에는 1억4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적자에서 지난해 1백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도약은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LEAN(비용절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경영 및 생산부문에서의 부단한 혁신이 바탕이 됐다. 이 회사 백대현 사장은 "초기엔 제품 불량률이 7%였으나 ERP와 LEAN 도입으로 1%대로 줄었다"며 "재고가 거의 없어지고 생산 흐름이 빨라지는 등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또 "리복사가 매달 세계 12개 리복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에서 6개월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신발왕국이던 부산의 명성을 베트남에서 되찾으려는 신발업체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부산 경남의 신발업체들이 베트남에 잇따라 신발공장을 세우거나 라인을 증설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신발기업들이 이처럼 베트남 공장 신증설에 나서는 것은 베트남의 근로자 1인당 월 임금이 50달러 수준으로 중국(1백∼1백30달러)과 인도네시아(90∼1백달러)에 비해 훨씬 싸기 때문.특히 베트남 근로자의 손재주가 좋아 생산성이 높은 것도 큰 이유다. 화승비나에서 승용차를 타고 20분을 가면 김해에 본사를 둔 태광실업의 현지법인인 태광비나가 나타난다. 17개 라인에서 1만4천여명의 근로자가 월 1백만켤레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유재성 사장은 "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생산혁신 기법(NOS)을 도입한 덕분에 생산 흐름이 빨라져 생산성이 종전보다 15% 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태광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10개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신발로 쌓은 명성을 활용해 1억달러를 투입,베트남에서 주택 및 골프장 건설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억8천만달러. 이 밖에 부산의 S사 등도 부지 등을 물색하기 위해 베트남 현지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베트남에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다. 호찌민=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