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크리스 디마르코에 1타 차로 앞서가던 16번홀(파3·1백79야드). '레드버드'라는 애칭이 붙은 이 홀에서 디마르코는 티샷을 그린에 올려 약 3m 거리의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반면 우즈의 공은 그린과 12m나 떨어진 왼쪽 러프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즈로서는 파세이브조차 쉽지 않은 상황.디마르코가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면 경기가 뒤집힐 수 있는 위기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급격한 경사를 이룬 그린을 노려보던 우즈는 칩샷을 날렸다. 볼은 홀 왼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강력한 스핀이 걸린 볼은 그린에 맞은 뒤 조금 구르다 경사를 타고 마치 낫 모양으로 꺾어지면서 방향을 서서히 홀 쪽으로 틀기 시작했다. 홀에 거의 다다른 볼을 보고 갤러리들이 환호했다. 우즈도 파는 세이브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손을 들고 화답하며 그린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볼은 멈춘 게 아니었다. 우즈도 이를 직감하고 다시 쪼그리고 앉아 볼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8m 가까이 굴러간 볼은 홀 가장자리에 약 2초간 멈췄다가 핀이 꽂혀있는 홀을 비집고 그대로 떨어졌다. 우즈는 퍼터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했다. 우즈는 16번홀 버디샷에 대해 "내 생애 최고의 샷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