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 ktahn@samil.co.kr >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계법인은 작년 7월부터 토요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근무강도가 높은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한단계 더 높이기 위해 연휴예고제를 도입했다. 연휴예고제란 향후 1년간의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낀 평일을 회사의 공식 휴일로 정하고 그 일정을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징검다리 연휴가 다가오게 되면 내부의견을 수렴해 그때그때 휴무 여부를 결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연휴 활용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없어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직원들이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중역들의 한해 휴가 계획을 연초에 사내 전자 게시판에 공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징검다리 휴일이 많아 법인의 경영수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행 1년이 다돼가는 지금 내 걱정은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휴예고제를 통해 직원들은 정규 휴가 외에 주어진 연휴기간 동안 가족과 여행을 하는 등 여가활동 계획을 잡는다. 또한 중역들의 휴가일정을 참고해 자신의 업무와 휴가 계획을 미리 관리하다 보니 평소에는 열심히 일하고,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된 몸과 마음이 회사 경영에 미치는 활력 역시 기대 이상이다. 이뿐 아니라 연휴 예고제를 통해서 또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 바로 계획의 중요성이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살지만, 무엇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어떻게 실천해 나가는가에 따라서 개인이 체감하는 시간의 양은 천양지차다. 필자 본인도 그렇지만 임원들도 직원들과 정기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고 회사의 전략과 계획에 대한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도록 독려한다. 임직원들 사이에 이뤄지는 활발한 의사 소통은 쌍방의 균형적인 성장이란 결실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아쉽게도 다음 회계연도에는 국가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 징검다리 휴일이 줄어든다. 하지만 연휴예고제 처럼 일할 때는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는 근무 문화가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인당 연간 근무시간이 가장 많은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