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한 < 연세대 교수·경영학 > 단일 종목의 지분을 5%이상 사들일 때 지분소유 목적을 공시해야 하는 "5% 룰"이 적용되자 일부 외국 신문은 한국정부가 경제적 국수주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는 일부 외국 투기자본의 유입을 막고자 하는 한국정부의 노력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본다. 혹자는 일부 외국자본을 왜 투기자본으로 보느냐고 물을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투자자와 투기꾼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투기꾼이라 하면 부동산 투기꾼을 주로 지칭해 온 만큼 부동산 투자자를 어떤 경우에 투기꾼이라고 부르는지 살펴보면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동산 투기꾼의 특징은 단기의 이익을 거둬들일 목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부동산 개발을 직접 하기보다는 부동산 개발계획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을 구입하였다가 개발계획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질 즈음 부동산을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이익을 챙긴다. 또다른 투기꾼의 특징은 외지인이라는 점에 있다. 외지인은 얻은 이익을 그 지역에 재투자하지 않는다. 즉 부동산 투기꾼은 지역의 개발에는 무관심하고 오로지 단기이익만을 노려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둬들인 이익을 외지로 빼돌림으로써 지역개발에 투자될 수 있는 자본을 더욱 부족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이와 같은 거래행위를 할 때 그를 투기꾼으로 볼 것이다. 이제 부동산 투기꾼의 특징을 가지고 왜 일부 외국자본을 투기자본으로 보는지 생각해보자. 외국자본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이후에 유동성부족으로 도산한 한국기업을 인수하여 단기에 많은 이익을 올렸다. 물론 유동성 부족이라는 단순한 재무지표 하나로 당시의 모든 문제점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동성 부족이었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최근 일부 외국자본이 취한 막대한 이익은 외환위기 이후 그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근본체력을 향상시키고 신제품을 개발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증가시킴으로써 얻은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부족 때문에 발생한 손실가치를 보고 거래를 하여 얻은 단기 거래차익인 것이다. 게다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이익의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환함으로써 이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은 국내 산업자본으로 재투자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부 부동산 투자자들이 단기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고, 그 이익을 그 지역에 재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투기꾼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일부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사고팔아 얻은 단기이익을 본국으로 모두 송환하고 우리나라에 재투자되어야 할 산업자본을 고갈시킨다면 투기꾼으로서 대우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은 그래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해외자본 중에서도 단기이익을 바라보고 들어오는 투기성자본은 우리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따라서 순수 외국자본은 투기자본과의 차별성을 위해 우리나라 경제와 동고동락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외국 투기자본의 억제와 더불어 국내자본의 역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외국자본이 유동성부족에 빠진 우리 기업을 사들일 때 국내자본에 대해서는 산업자본 또는 또는 대기업자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한 반면 이들에게는 자본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자본이 많은 우리 기업들을 인수했더라면 아무리 그것이 단기이익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비되고 투자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경제를 회생시키는 데에 쓰일 수 있는 자본이득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 투기자본의 이익은 우리경제에 재투자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금융당국은 외국 투기자본의 활동을 억제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도 조속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