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과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아프리카 원유시장을 놓고 '총성 없는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견제에 나서는 등 주도권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 미국 미국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원유수급이 빠듯한 가운데 테러 등 각종 위협 요인들이 부상하고 있어 아프리카를 유력한 대안으로 삼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서아프리카 지역 원유를 확보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오랫동안 관심권 밖에 있던 서아프리카 지역이 미국의 중요한 원유 공급선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중국과 인도가 아프리카 등에서 원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왜 아프리카인가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미국의 전체 원유 수입에서 아프리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16.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 지역은 미국 원유 수입량의 14%를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해상의 원유 탐사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10년 내 공급 비중이 2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5분의 1을 아프리카가 책임지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미국으로선 이 지역이 테러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고민 거리다. 원유는 공급 가격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나이지리아 앙골라 카메룬 기니 가나 등의 해군 수뇌부를 모아 해상 원유시설 공동 보호 등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선 테러,지역 분쟁,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대규모 원유 도적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이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역 방어전략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중국을 견제하라' 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과 함께 미국을 어렵게 하는 것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인도와 함께 아프리카지역 원유 확보 경쟁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넘치고 원유에는 굶주린' 중국이 아프리카 등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구하기 위해 계속 뛰게 되면 국제 원유시장에서 미국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버트 호르마츠 골드만삭스 부회장)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뿐 아니라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서구 기업들과의 무역을 제한받고 있는 이란과 수단에서도 원유를 챙기고 있어 미국은 '중국 견제'에 고심하고 있다. # 중국 중국은 에너지자원 확보와 관련,미국의 관심이 중동 지역에 쏠려 있는 사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원유 가스 등 천연자원 개발과 시장 확대 등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것은 물론 정치?군사적으로도 미국을 능가하는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 진출 가속화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이유로 경제적 제재 카드를 동원하는 등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은 친아프리카정책으로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유전 개발에 1백억달러나 투자,이 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사업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장악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원유 탐사와 목재 가공,도로·교량·발전소 건설,농지 재건,통신망 구축 등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며 경제적 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실제 중국은 알제리 앙골라 가봉 수단 등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매장량으로 유명한 잠비아의 구리 광산을 매입했고 적도 기니의 가장 큰 목재공장 역시 최근 중국인 소유로 넘어갔다.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적극 공세로 2000년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 규모는 세 배 이상 증가해 지금은 3백억달러에 육박한다. ◆親아프리카 외교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천연자원 확보 이외에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 확대와 상품시장 개척이라는 다목적 전략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경제 외에 정치·외교적으로도 친(親)아프리카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테러 지원국으로 낙인 찍힌 수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논의하려 하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석유산업에 20억달러를 투자하고 무기도 판매하고 있다. 또 에티오피아의 나일 강에는 '타카제(Takazee) 댐'을 건설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북부 이슬람 국가들과 남부의 기독교 국가들이 만나는 요충지로 아프리카연합(AU) 본부가 자리하고 있는 전략 지역이다. 25년간 짐바브웨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되자 반미를 내세우며 중국제 전투기를 수입하기도 했다. 장경영ㆍ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