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출근했더니 어리둥절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의욕이 생기더군요." 주성엔지니어링의 이영곤 전무는 최근 한 달 간 휴가를 다녀왔다. 그것도 유급으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도 즐기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이 전무는 전했다. 반도체 및 LCD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전 직원들에게 1년 간 총 24일의 휴가를 주고 있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이 중 80%를 한꺼번에 써야 한다는 강제조항을 두고 있다. 일반 직원들은 권장사항이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주성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은 모두 1년에 한 번씩 한 달 간의 장기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주5일 근무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체 임원 13명 중 5명이 한꺼번에 한 달 간 휴가를 다녀왔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창업 때부터 한 달 휴가제를 뒀지만 그동안 시행이 잘 안됐다"며 "올부터 '임원 한달휴가제'를 강제조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이처럼 파격적인 휴가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황 사장은 "1주일 쉬는 것으로는 본인이나 회사 모두에 큰 도움이 안된다"며 "한 달가량을 쉬어야 직원들은 임원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고 임원들 역시 직원들이 없어봐야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 휴가제를 통해 임원과 직원 상호간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고 사람에 의존하기보다는 시스템을 통한 회사 운영을 완비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황 사장은 "임원들이 단체로 휴가를 간다고 해서 회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1등 기업의 자질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주성엔지니어링은 직원들을 한 달 간 업무에서 손을 놓게 함으로써 일종의 '낯설게하기'효과도 노리고 있다. 황 사장은 "휴가 중에는 회사 이메일도 차단하는 등 회사와 일체의 접촉도 못하게 하고 있다"며 "따라서 복귀하면 처음엔 어리벙벙하게 마련이지만 이는 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위기의식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마치 이직을 한 것처럼 직장생활이 새롭게 느껴질 경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워질 뿐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황 사장은 "1년 중 한 달은 재충전을 위해 모두 비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달 휴가제는 직원들과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