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넘치는 오일달러로 중동지역 건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70∼80년대의 1·2차 중동 건설붐에 이은 제3차 중동 붐이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형성된 중동 건설시장의 수주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경쟁력은 과거 70,80년대보다 오히려 퇴보한 상태여서 모처럼의 중동 붐이 자칫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계에는 이미 작년부터 청신호가 들어왔다. 중동지역 국가들이 최근 2년간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건설시장에 쏟아부으면서 각종 공사를 잇따라 발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는 중동에서 35억7천1백만달러를 수주했다. 전년 대비 58% 늘어난 실적이며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74억9천8백만달러 중 47.6%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다시 달아오른 중동 붐을 타고 국내 건설업체들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지역 내 인지도가 아직까지는 높은 데다 가격경쟁력도 어느정도 있어 중동 재진출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70년대의 영광 재현은 힘들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원은 "업체별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과당경쟁을 피하면서 선택적 컨소시엄으로 나설 경우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미파슨스 김종훈 사장은 "국내 건설업계가 지난 70,80년대의 건설시스템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건설산업은 철저한 규제에 묶여 설계나 건설관리(CM) 등 고부가가치분야 기술력 향상이 원천적으로 봉쇄돼온 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선진국에 비해 시공능력이 뒤지고 인건비 자재비 등에서는 중국 등 후발 경쟁국가에 밀려 협공을 받고 있는 상태에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중동권 건설시장이 과거처럼 토목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