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 안쪽에 스티커를 20초 가량 붙였다 떼면 유전자 추출에 필요한 세포가 떨어져 나옵니다. 별도의 장비가 없이도 간편하게 유전자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지요." 유전자를 얻기 위해 지금까지는 주로 혈액을 채취했다. 하지만 피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데다 피검사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유전자 검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바이오벤처 진뱅크의 김인현 대표(47)는 좀 더 손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스티커를 피부에 붙였다 떼어내기만 해도 유전자를 얻어낼 수 패치형 유전자 채취법을 개발해 최근 상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김 대표는 "스티커 자체만으로 7∼10일 유전자의 보관이 가능하다"며 "보관카드를 만들면 반영구적으로 유전자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관카드는 가족과 진뱅크가 각각 1개씩 보관하고 있다가 화재사고 등으로 당사자가 사망했을 경우 신원확인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미리 유전자를 확보해 놓은 다음 사고현장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비교해 당사자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포천중문의대 산부인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대표가 유전자 보관카드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1997년부터다. 당시 유전자 검사에 대한 산학협동연구를 진행하던 김 대표는 피검사자들이 혈액을 채취하는 데 거부감을 갖자 인체의 다른 부위에서 유전자를 얻어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스티커를 이용해 피부세포로부터 유전자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 스티커는 접착성분때문에 유전자만을 따로 떼어낼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스티커에 산화방지제(EDTA) 등 특수시약을 첨가,유전자가 담긴 피부세포만을 따로 얻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지난 3월 '패치형 유전자 보관카드'로 상품화돼 진뱅크의 협력사인 삼진제약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김 대표는 유전자보관서비스의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주요 타깃이다. 김 대표는 "유전자보관서비스는 잠재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라며 "앞선 기술력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