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외국언론과 논리경쟁 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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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輝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영국의 유력 경제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한국의 최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자 우리 정부도 강도높게 반발하고 있다. FT의 주장은 다시 미국의 유력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보도했고, 우리 정부는 FT에 반박성명을 냈다.
FT와 우리 정부가 서로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외국언론의 보도에 흥분부터 할 것이 아니라 우선 사건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 후 대응해야 할 것이다. FT의 관련기사(3월31일, 4월4일)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동북아 허브'를 주창하면서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한 발은 엑셀러레이터에, 또 다른 한 발은 브레이크에 올려 놓고 있는 정신분열적 증세를 보이고 있다. 뉴브릿지캐피탈과 칼라일 그룹이 주식처분으로 많은 이익을 내자 외국자본에 대한 감시가 심해졌다.
SK그룹 경영진에 영향을 미치려는 소버린은 한국에서 더욱 나쁘게 비쳐졌다. 외국투자자는 한국에서 돈을 너무 많이 벌거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면 안될 것이다. 또한 지분의 5%가 넘을 경우 경영참가 의사를 밝혀야 하는 '5%룰'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불평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FT의 보도가 물론 기분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상할 정도로 5%룰에 대해서만 강력 대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5%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반론에 FT나 외국투자자들이 감동을 받고 반성을 할 것인가. 물론 아니다. FT는 한국의 외국인투자정책 일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5%룰만 꼬집어서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서로 시각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설령 우리 주장이 맞더라도 외국 언론이나 외국투자자에게는 우리나라가 국수주의 국가로 비치는 것이다. 우리는 개방을 한다고 했는데 외국인들은 왜 그렇게 보지 않는가.
그것은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일본 자동차가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미국인들은 장난감 같아 보이는 일본차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부단한 품질개선으로 미국시장을 석권하게 되자 이제는 일본 자동차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평판이 나게 됐다.
이에 미국 자동차, 특히 포드는 판매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후 포드는 끊임없는 품질개선으로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냈지만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없애지 못했다. 결국 포드는 '포드 자동차를 최근에 운전해 보셨습니까?'라는 광고를 해야만 했다.
우리도 외국인들에게 '최근 한국에 투자해 보셨습니까?'라고 광고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이 문구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한다. 그들에게 훨씬 설득력 있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논리가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 투자해 본 외국인들의 입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에 투자한 몇몇 투자자의 불평을 FT가 과장보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이들의 불평이 예외적인 것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 원천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천연자원 노동력 자본 기술 등이었지만 지금은 국제화가 가장 중요하다. 국제화만 잘하면 이런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이 국제화가 가장 잘된 지역에 몰리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나 홍콩이 경쟁력을 키운 것은 주변 지역보다 국제화에 있어 훨씬 앞서갔기 때문이다.
유수한 다국적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지역본부를 두고 한국뿐 아니라 주변국가의 장점도 쉽게 이용할수 있는,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 5%룰 등을 가지고 외국 언론과 논리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제화에서 훨씬 앞서감으로써 이들이 감히 이런 일로 시비를 걸지 못하게 해야 한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