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업 氣 살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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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국빈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이 11일 환영오찬을 준비했다.
보베라이트 시장은 정중한 환영사를 했는데 양국간 경제협력과 투자확대에 대한 얘기가 크게 들렸다.
환영사 중간에 삼성의 투자사례가 언급됐다.
"베를린은 학술과 하이테크의 중심지다.이런 베를린이 주는 기회를 삼성이 포착하고 있다.90년대 동독의 국영기업을 인수해 1천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고,한·독관계에도 크게 기여하고…."
그러면서 보베라이트 시장은 "노 대통령이 얘기한대로 샤를로텐부르크 문에 붙어있는 삼성의 큰 광고는 삼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뭐라고 했길래? 수행 중인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에게 물어봤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면서)샤를로텐부르크 문 외부를 가득 가리고 있는 삼성의 대형광고물을 보고 놀랐다"고 앞서 말했다는 것이다.
문화재 수리가 미관상 좋지 않으니 공사기간중 스폰서로 나선 기업이 공사장 외부에 광고를 설치토록 한 것이다.
광고에는 노 대통령의 독일방문을 환영한다는 표현도 있었다.
유럽 최대국의 수도 시장이 오찬을 마련하고 한국기업과 한국에 대한 찬사를 내놓으니 '엔돌핀'이 나올 만도 하다.
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국내 기업을 칭찬하고 기를 살리는 발언을 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표현은 다양했지만 기본 정서는 일관됐다.
뉴욕과 모스크바에서,부에노스아이레스와 뉴델리에서 노 대통령은 피부로 느낀대로 표현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노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광고탑이 세워지거나 성공적인 방문을 기원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는데 대개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한 일이다. 정부 예산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런 곳에 예산이 쓰여져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한다.
대통령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겠고 자신들의 광고효과도 계산됐을지 모른다.
다만 이런 광고홍보도 자발적으로 한다고 들린다. 베를린에서도 환영광고가 세워진 것을 대사관 관계자는 몰랐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귀국해 기업살리기에 나서야 할 또 하나의 작은 이유로 보인다.
베를린=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