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전상국이 9년 만에 새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물매화 사랑' '플라나리아' 등 8편의 중단편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실종'이다.


작중 인물들은 어느날 갑자기 떠나거나 사라진다.


'온 생애의 한순간' '소양강 처녀' '플라나리아' 등에서 실종이라는 테마는 사귀거나 같이 살던 여자의 떠남이라는 행위로 구체화한다.


제목이 '실종'인 단편에서는 30년 이상의 시간 격차를 둔 두 실종사건이 겹치면서 실종이라는 테마에 내장된 문제의 집요함을 암시한다.


'너브내 아라리'에서 쏘가리 최씨는 반공포로라는 그의 이력이 불러올 사회적 박해를 피해 장항리라는 오지마을에서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왜 실종일까.


이에 대해 작가는 "특별히 실종을 주제로 작품을 써야겠다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우리 주변에서 종종 발생하는 실종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뛰고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남아 있는 사람에게 실종은 때로 죽음보다 더 큰 상처와 고통일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심리를 한 번 그려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문학평론가 권오룡씨는 "작중 인물들을 떠나게 하고 숨게 만드는 근본 동기는 어디에도 갇히지 않는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작중 인물들의 떠남과 실종이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를 지닌 동시에 타락하고 불완전한 언어로부터의 탈출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85년 서울을 떠나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살고 있다.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에게 그동안 왜 작품활동이 뜸했느냐고 질문하자 "그동안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써왔고 나름대로 즐거웠지만 이젠 진짜 '승부'를 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앞으로 나를 많이 비워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