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국자본에 맞설 '토종 대항마'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예상 밖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계열 PEF 참여를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PEF 살리기'에 나섰지만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PEF 설립을 허용한 개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설립된 PEF는 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PEF의 운용금액은 당초 신고한 4천8백90억원의 35%인 1천7백22억원에 그치고 있다. 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 파트너스 1호'가 당초 1천억원 모집 계획을 초과해 1천3백억원을 모았을 뿐 나머지 PEF는 목표 금액을 훨씬 밑돌거나 출자금액이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한금융지주 등 연초부터 PEF 설립을 검토해온 금융회사들도 아직까지 설립 신고서를 내지 않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자금은 아직 '관망 중'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PEF에 대한 '입질'을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간접투자 대상 상품으로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데 비해 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지나친 규제도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기 방지'를 제외하고는 공시 의무 등 규제가 없지만 국내에서는 공시 등 까다로운 규제가 많다는 것이다. 투자금액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행 규정상 개인은 20억원,법인은 5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PEF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최소 출자금액과 관련해 아무런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펀드 자산 운용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도 결과적으로 거액 자산가의 PEF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PEF 설립 주체들이 고도의 M&A 기법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문가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 그물부터 걷어내야 무엇보다 쓸데없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복잡한 금융기법을 총 동원해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설립 및 운용과 관련한 각종 규제는 PEF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및 법인의 최소 투자 금액을 일정 수준 낮추고 재산의 일정 규모를 어디에 투자하라는 등의 발목 잡기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PEF가 은행을 인수할 경우 금융감독위원회 승인을 얻도록 한 규정은 PEF의 발목을 묶는 대표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PEF 운용 주체 정도만 금감원에 등록시킨 뒤,정기적인 감독을 하는 쪽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금감위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PEF 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위 관계자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최근 PEF 설립과 활동이 지지부진하다며 실태 파악과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태스크포스 활동을 통해 PEF의 부진 원인을 찾고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익원·주용석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