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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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끼리 사이좋게 어울려 지내는 것을 우리는 큰 미덕으로 여겼다.
나지막한 담 너머로 음식을 건네고,객지에 나간 가족들 안부를 마치 자기 일인 양 걱정하고,속이 상한 일도 이웃에게는 흉금없이 털어놓아야 비로소 마음이 풀리곤 했다.
'이웃'은 바로 '사촌'이었던 셈이고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냥 주고 이웃 산다'는 속담처럼 이웃은 진정 귀한 존재였다.
이렇듯 진하기만 했던 이웃끼리의 정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 원수가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대부분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풍속인데 위층의 소음을 아래층 거주자가 문제삼으면서 불만의 골은 패이기 시작한다.
사나운 욕설이 오가고,멱살잡이로 힘겨루기를 하는가 하면,법원에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기도 한다.
분쟁이 끊이지 않자 마침내 정부가 나섰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주민 신고가 접수되면 경범죄 처벌법(인근소음)을 적용,최고 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놀거나 쿵쿵대는 발걸음 소리도 인근소란 행위에 해당된다는 유권 해석까지 내렸다.
지난해부터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소음 기준이 적용돼 별 문제는 없겠으나,이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탈이다.
사실 아파트의 소음은 비록 크지 않다 해도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게 보통이다.
이는 '칵테일파티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쿵쾅거리는 소리에 한번 짜증이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더 신경이 쓰이고,나중엔 온통 윗집 소음만 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층간 소음의 기준치를 맞춘다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꿔 말하면 분쟁의 소지는 앞으로도 상존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웃끼리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웃간에 소통이 단절된 요즘의 각박한 세태가 소음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웃이 가까우면 강아지만 보아도 반갑다는데 이웃과 마주쳐 고개를 돌려서야 어디 될 법한 일인가.
내 이웃의 이웃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