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사업 의혹] 감사원 중간조사 발표.. 외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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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2일 내놓은 '철도공사 사할린 유전인수사업 감사 중간발표'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관련자 대질 신문 등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탓에 발표 내용은 관련자들의 진술만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결국 관련자들의 엇갈리고 있는 진술,정치권 공방의 핵심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연루여부 등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해 검찰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루한 정치권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불법·편법이 판친 국고낭비=감사원 조사결과를 보면 이번 유전개발 사업에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철도공사는 법적 근거도 없이,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생략한 채 졸속으로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1백2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사례비를 지급하려 했고 그에 대한 청장 보고는 서면보고 없이 오로지 구두로만 이뤄졌다.
사업참여를 결정한 본부장급 회의에는 외국의 유명석유회사(엑슨,텍사코,BP)가 직접 지분참여(30%)한다는 허위내용이 보고됐다.
'양해각서(MOU)교환→자산실사(매장량,생산량,회계실사 등)→최종인수계약 체결'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계약관행은 완전히 무시됐다.
실사도 하지 않은 채 지난해 8월16일 사업참여를 결정하고 18일만인 9월3일 계약을 체결했으며 10월4일 계약금을 지급하고 한달여만인 11월15일 계약을 해제하는 졸속 작업의 연속이었다.
또 이번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준 사례금으로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과 권광진씨에게 1백20억원을 지급하기 위해 철도교통진흥공단 이사장의 위임장을 위조한 뒤 전씨와 권씨 소유의 코리아크루드오일 주식지분 12만주를 액면가 5천원의 20배인 주당 10만원,총 1백2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체적 판단없는 감사원 조사결과=결론은 없고 관련자 진술만 열거하는 데 그친 조사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과 김세호 청장(현 건설교통부 차관),신광순 차장(현 철도공사 사장),이광재 의원 등으로부터 각자의 주장을 들어본 후 그 내용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일 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전대월씨,이광재 의원의 소개로 전씨를 만나 철도청과 함께 사업을 추진했던 허문석씨 등으로부터는 아무런 진술도 받아내지 못했다.
또 이 의원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받아보니 모두들 이 의원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었다고 진술했다"면서 발표내용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검찰수사도 요청하지 않은 점은 정치권에서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의 조사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 정도 조사라면 굳이 검찰에 바로 넘기지 않고 오랜 시간을 들여 감사원 조사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