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도심의 대형 쇼핑몰인 시티센터.전자제품 멀티매장인 '플러그 인'은 휴일(아랍에미리트는 금요일이 휴일)을 맞아 몰려든 두바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 LG 필립스 소니 파나소닉 등의 제품이 나란히 전시된 대형 디스플레이 코너에는 삼성의 42인치 PDP가격이 1만2천9백99디르함(약 3백60만원)인데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쟁사 제품보다 3천디르함 이상 비싼데도 말이다. 필리핀인 점원 말론 킨코씨는 "삼성 제품은 이제 명품 반열에 올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아랍인 부유층 가운데 5만디르함(1천3백만원)이 넘는 46인치 LCD TV를 한꺼번에 6대나 사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방과 거실,심지어 화장실에도 고급 TV를 들여 놓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소비열기가 '열사의 땅' 중동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국 정부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자국민에 대한 보조금 확대,공무원 임금 인상 등으로 풀면서 구매심리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가격 안 따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의 지난해 1인당 GDP는 최근 4년새 20∼7~32% 가까이 늘었다. 카타르의 경우 2001년 2만6천8백62달러에서 지난해엔 3만3천5백69달러로 25% 급증했다. 쿠웨이트도 1만4천7백48달러에서 1만9천5백33달러로 32% 늘었다. 이에 따라 부유층 중심으로 이뤄지던 소비 증가는 중산층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라는게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설명이다. 중동 소비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에 그다지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 삼성전자LG전자의 경우 중동시장 매출이 전체 해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이다. 그러나 전체 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10%에 육박할 정도로 '알짜 시장'인 셈이다. 올해 초 세계적인 명품 스피커인 맥킨토시,JBL 등과 두바이에 공동 매장을 낸 이후 삼성 대형 LCD TV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바로 명품을 따지는 중동인들의 소비패턴을 보여준다. 이종열 LG전자 마케팅담당 차장은 "중동·아프리카 전체로 보면 매출은 전체 해외시장의 10%선이지만 이익률은 25%에 이른다"면서 "이곳에선 브랜드와 품질만 인정을 받으면 제값 이상을 받고도 제품을 마음껏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질주하는 '코리아 3총사' 휴대폰,가전,중소형 승용차 등에서 각각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삼성 LG 현대차 등 '코리아 3총사'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 창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두바이 교외에 위치한 LG전자의 시스템에어컨 교육센터는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개장한 이 교육센터는 경쟁사들의 모델이 될 정도.미국의 캐리어는 LG를 모방,교육센터를 열기도 했다. 이 센터에선 중동 각국의 LG전자 에이전트,설계사무소 컨설턴트,엔지니어 등 7백∼1천명이 주택에 들어가는 중앙 공조식 에어컨에 대한 실무 교육을 받는다. LG전자는 지금까지 두바이 고급주택 8천가구에 들어갈 시스템 에어컨 물량(3만대)을 수주해 60%를 이미 공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주택 건설붐이 일고 있는 주변국가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침투,향후 3년내 중동 매출 규모를 5억달러선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노키아와 휴대폰 시장에서 대격돌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초 현지에서 출시한 D500과 '벤츠폰'으로 알려진 E700을 쌍두마차로 중동·아프리카에서 7백50만대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엘란트라급 승용차 판매에 주력해온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UAE 등에서 잇따라 NF쏘나타 론칭 행사를 열고 도요타가 휩쓸고 있는 고급 중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종은 현대차 아중동지역본부장은 "소형 SUV인 투싼은 물량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라며 "현대만 유일하게 쇼룸을 열어 놓은 이라크 시장도 정세가 안정되면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