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일렉트릭(GE) 등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본격화함에 따라 이 분야 연구의 종주국격인 한국의 위상이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GE,존슨 앤드 존슨,노바티스 등 의료기기업체 및 제약업체들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본격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당장 산·학·관 협력을 통한 실용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지난해 세계 처음 배아줄기세포 추출을 성공함으로써 확보한 독보적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를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난치병 환자만 1억2천만명이 넘어서 실용화될 경우 연간 3백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장을 미국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배아줄기 세포 연구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신약 테스트에서 새로운 이식치료법 개발에까지 그들의 관심은 다양하다고 전했다. 존슨 앤드 존슨은 미국 정부가 승인한 줄기세포 공급업체인 노보셀에 지분 투자를 통해 이 연구대열에 합류했다. 노보셀은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체 이식용 인슐린 제조세포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가전업체이면서 의료기기를 생산하고있는 GE는 올해 중 뉴욕주 니스카야나에 있는 글로벌 연구개발센터에서 신약 진단용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배아줄기 세포를 입수할 계획이다.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연구소를 통해 줄기세포를 심장세포로 전환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인비트로젠은 배아줄기세포와 그 연구를 위한 화학물질도 취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제약회사들이 배아줄기세포 처방은 빠른 시일안에 상품화될 가능성이 낮은 위험한 처방이라고 보고 있지만 회사안에선 연구에 대한 강한 수요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내 연구자들은 미국 기업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불임치료 후 남아서 폐기처분되는 '잉여배아'를 활용하고 있어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잉여배아는 면역 거부반응을 낳을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배아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2백여개 이상의 선별작업을 거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기업의 연구 본격화가 국내 연구자들에게는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황우석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고있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미국 대기업들이 거대 자본력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신약개발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무엇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으로 등록한 곳이 10여개에 이르나 제약회사같은 기업은 단 1곳도 없어 상용화 연구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열악해 아직 상용화 가능성이 불확실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들기는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과제에 기업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선 앞선 기술을 가진 학계와 공동연구를 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진흥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임도원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