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29
수정2006.04.02 22:33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배모씨(51)는 지금도 이가 갈린다.
지난달 경찰 단속에 걸려 억울하게 1주일 영업정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배씨는 "밤 11시에 남자 손님 5명이 들어오길래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결과 모두 만 19세여서 출입을 허용했다"며 "그런데 이중 한명이 고3생이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배씨가 염두에 둔 것은 청소년보호법상의 단속 규정이었다.이 법에 따르면 고교생이라도 만19세가 넘을 경우 성인으로 간주된다.
합법적으로 음주와 흡연을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에 관한 법률(음비법)에서는 19세 고교생을 청소년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22시 이후 초·중·고교생 노래방 출입금지'라는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배씨는 "만 19세인 고교생이 과연 몇명이나 되느냐.이젠 손님이 올 때마다 일일이 신분조회까지 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락실(게임제공업) 노래연습장 단란주점 등 풍속영업과 관련된 법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일선 업주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풍속영업과 관련된 법령부터 많다.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풍속법)'을 비롯 '식품위생법''음비법''공중위생법''의료법''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체시법)''청소년보호법' 등 10여개에 이른다.
예를 들어 무도장 한곳을 단속하더라도 미신고 영업은 체시법,음란행위를 했을 땐 풍속법,술을 팔았거나 음식물을 조리한 경우 식품위생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등 위반 유형에 따라 다른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
단속 대상이 되는 연령 기준도 법령마다 들쭉날쭉이다.
영화진흥법의 연소자와 음비법의 청소년은 만 18세미만을 의미하지만 관광진흥법에 따라 설치된 카지노업소에는 만 19세부터 출입할 수 있다.
유흥업소 출입은 연 나이 19세(올해의 경우 87년생)부터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업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는 업주 이모씨(38)는 "위반 유형을 보면 게임기 불법구조 변경,과다경품 제공,연소자 출입,시간 외 출입 등이 있고 이에 대한 처벌도 음비법 안에서 서로 다른 4개의 조항에 따라 적용받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풍속영업 단속을 맡고 있는 경찰과 관할 공무원도 혼선을 빚고 있다.
관악경찰서의 한 경찰은 "단속대상도 많지만 단속기준 연령도 법에 따라 달라 정말 헷갈린다"며 "단속을 앞두고는 각종 위반 유형에 따른 적용 법규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오죽하면 경찰청이 '풍속업무 처리시 참고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위반 유형과 연령 구분,유의사항이 적힌 마우스패드를 자체 제작해 전국 경찰관들에게 배포했을까.
관동대 법대 강동욱 교수는 "풍속영업과 관련해 규제 일변도에서 관리위주로의 정책변화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우선 연령규제만이라도 위반사항별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