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위안(元)화 평가절상 압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친강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라"는 미국 상원의 압박에 대해 "미국은 쌍둥이적자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자성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조기 환율 조정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중국이 미국 등의 무역 보복 압박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를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방 압력에 굴복' 인식 우려 중국 내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은 곧 서방 압력에 대한 굴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 평가절상을 단행한다면 서방 투기자금(지난해 1천억달러 수준으로 추산)에 손을 들고만 꼴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서방 압력에 굴복해 환율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서방의 압력이 사라지고,투기자금이 물러서는 시점에 환율시스템 개혁안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할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이뤄진 지난 85년 플라자합의는 엔화 절상을 낳았고,이는 제조업 위축을 막기 위한 저금리정책→부동산 거품→금리 재인상→거품 붕괴→내수 위축→장기 불황 등으로 연결됐다는 것.중국에서는 이미 부동산 과열,과잉 투자,공급 과잉,고실업 등으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개혁 차질 우려 금융개혁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이다. 전체 대출의 약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4대 국유 상업은행(농업·건설·공상·중국)의 부실채권 해소가 핵심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은행 보유 달러자산(3천억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져와 부실 규모를 키우게 된다. 특히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작년 말 외환보유액 가운데 4백50억달러를 떼어 상장을 앞둔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에 지원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이들 두 은행의 상장 계획이 차질을 빚는다면 전체 금융개혁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거시경제 균형 상실 중국은 저평가된 위안화 덕분에 수출이 늘어났고 기업활동,취업,내수,성장 등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수출 감소와 이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거시경제 균형을 깰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 내수시장에서 6백개 주요 상품 중 80% 이상이 공급 과잉 상태다. 소폭 환율 조정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준비 미흡 중국은 현 체제 하에서의 단순 환율 변동이 아니라 환율결정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외환거래 활성화를 통한 환율가치의 시장 반영 정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바스킷제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외환 관련시장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고,외환 거래기술도 낙후돼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율제도를 바꿀 경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뿐이라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섣부른 환율제도 개혁이 국제투기자금의 중국 유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환율 개혁 시기를 늦추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