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업계 '허우적' .. 'SW=공짜' 의식에 시장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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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호업계가 공짜의식 만연,시장 정체,외국기업 공세 등으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A사가 이번에도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했다더라","B사는 1분기 중에 실적이 한건도 없다더라"는 등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심지어는 "이러다간 보안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릴 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특히 한때 '제2의 안철수연구소'로 불렸던 하우리에 대해 코스닥 퇴출(오는 20일) 결정이 내려지자 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일각에서는 "하우리야말로 암울한 보안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결정판"이라는 말도 나온다.
◆3중고에 시달리는 보안업계
하우리의 코스닥 퇴출은 실적 부진과 잇따른 무리수 등으로 예견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우리는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고 올들어서는 극장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본업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시장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따르면 2001년 5천7백69억원에 달했던 국내 정보보호시장은 지난해 6천5백억원으로 4년 동안 12%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2001년과 2003년엔 '바이러스 대란'으로 반짝 성장했을 뿐 큰 사건이 없었던 2002년엔 시장 규모가 4천4백억원대로 줄기도 했다.
바이러스와 악성코드 스파이웨어 등이 해마다 급증하는 데도 시장이 커지지 않는 것은 공짜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널려 있고 불법 복제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무조건 공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보안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보안업체들의 공세도 국내 기업들의 시름을 더했다.
방화벽 분야의 체크포인트 주니퍼네트웍스 등과 네트워크 보안 분야의 시스코 ISS 등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사업을 확장하면서 영세한 국내 보안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버티기 한계…줄줄이 적자전환
보안업계 관계자는 "2001년부터 계속 시장이 정체되면서 상당수 보안업체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렸다"며 "최근 보안업체 사장들이 대거 교체된 것도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의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까지 그럭저럭 버텼던 업체들이 지난해엔 모조리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도에 30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퓨쳐시스템은 지난해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인젠도 6억원 흑자에서 2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넷시큐어테크놀로지는 적자폭이 64억원으로 커졌고 시큐아이닷컴도 29억원의 적자를 냈다.
안철수연구소만 영업이익이 2003년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관계자는 "보안 시장이 장기간 정체되면서 자본 축적과 투자가 뒤따르지 못해 수익을 올릴 만한 사업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업체간 짝짓기가 한창이지만 부실 기업끼리 합병해 봐야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