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해바라기'를 1987년에 구입한 야스다해상화재보험은 '해바라기'로 인해 기업 이미지를 높였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회사는 도쿄 신주쿠 도심에 초고층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곳 1층 로비에 위치한 도코세이지미술관에 '해바라기'를 상설 전시하면서 5백엔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관람객들이 몰려 들면서 이 미술관은 신주쿠의 '명소'가 돼버렸다. 이 작품을 전시한 지 10년 뒤인 90년대 말 입장료 수입이 작품 구입비(3천9백90만달러)보다 많은 4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야스다측은 2002년 닛산화재보험과 합병,손보재팬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자산재평가를 위해 이 작품에 대한 감정액을 미국 경매업체인 소더비에 의뢰했다. 소더비가 내린 감정가는 8천만~1억달러.'해바라기'를 지금 당장 팔아도 5백억원의 이익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이 회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덜기 위해 '해바라기'를 비롯해 르노와르 피카소 등 소장품들을 처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갖고 있기로 결론을 내렸다. 팔면 재정 보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소장하고 있는 게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고흐가 1888년 일곱번 째로 그린 '해바라기'그림이다. 1990년대 말 일부 감정전문가들이 '가짜 그림'일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고흐 파운데이션'측에서 진품 판정을 내렸다. '해바라기'의 국내 반입은 도코세이지미술관장과 국립현대미술관측이 최종 합의한 상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다음달 일본을 방문해 작품 대여에 대한 자세한 계약내용을 문서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빌려오는 데 따른 보험료 등 모든 비용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불하며 보험료는 2억∼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