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부지 한평이 6백만원이나 하니…이런 땅값에 제조업을 어떻게 합니까."
LG그룹과 네덜란드 필립스의 합작사인 LG필립스LCD의 세계 최대 규모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납품공장 부지를 물색하러 온 화학재료업체 사장인 고희웅 사장(51·경북 구미)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지 땅값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고 사장은 "마음에 드는 곳은 평당 5백만~6백만원을 호가한다"면서 "평균 3백만원에 공장 부지를 사서는 이문을 남길 재간이 없어 중국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은 작년 초만 해도 평당 10만~20만원에 거래되던 곳.
LG필립스LCD의 투자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1년새 땅값이 30배나 폭등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LCD공장 주변은 아무리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도 수용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땅값이 턱없이 올라버렸다"면서 "향후 공장을 확장할 경우 보상비 부담이 큰 애로사항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들어 기업도시·행정복합도시·레저타운 건설 등으로 전국에 걸쳐 토지 값이 전반적으로 뛰면서 제조업공장들이 높은 땅값을 견디다 못해 밀려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표적인 제조업공장들은 수출호조 등으로 공장을 확장해야 하지만 토지보상비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확장을 놓고 토지주인 한국토지공사가 평당 2백20만원의 보상비를 요구해 마찰을 빚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토지공사나 주택업체들은 공업용지보다 2~3배 이상 높은 값에 토지보상을 해도 아파트 분양을 통해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땅값을 들쑤셔놓아 제조업공장들이 발붙이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경우 인근에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이 들어서면서 1천여개의 중소기업들이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
철제 벤치 등을 생산하는 신이랜드 이은구 대표는 "땅값이 오르면 공장을 몰아내고 모텔이나 가든(음식점)을 유치한다"면서 "대기업은 비싼 값에라도 부지를 마련하지만 중소공장들은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놨다.
고양시 관계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로 대체공단 조성도 안되기 때문에 중소공장들은 갈수록 소비자에게서 멀고 도로 공업용수 전기시설 등이 열악한 산간오지나 중국 베트남 등지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물론 행정도시건설 등으로 땅값이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는 중부권도 마찬가지다.
충남 아산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한 곳만 들어서면 인근 땅값이 평당 1백만원 이상 폭등한다"면서 "땅값이 일시 폭등하면 임대공장들은 밀려나고 그 자리를 아파트나 모텔 상가 등이 메운다"고 전했다.
안정락.유승호.차기현 기자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