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갈등만 커지는 通ㆍ放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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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0시30분 서울시내 M호텔. 방송위원회 주도로 10시간 넘게 난상토론을 벌인 사람들이 로비를 나선다. 모두들 지친 모습이다. 장시간에 걸친 난상 토론에도 불구하고 결실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논의한 것은 위성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에 KBS 등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허용하느냐 여부였다.
이날 토론은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되는 이른바 '끝장토론'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끝을 보지 못한 채 토론은 끝났다. TU미디어와 방송사 노조 대표의 상반된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자 방송위는 지상파 재전송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 바람에 위성DMB 본방송 개시일을 다음달 1일로 잡은 TU미디어는 KBS뉴스나 드라마가 없는 '반쪽짜리 휴대방송'으로 출발하게 됐다.
대표적인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인 IP-TV(인터넷을 통한 TV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서 있다. 정통부는 IP-TV를 부가통신 서비스로 보고 주문형 인터넷 콘텐츠(iCOD)라고 이름을 붙여 제한적이나마 허용하려고 한다.
이에 질세라 방송위는 최근 IP-TV를 '방송'으로 규정하고 독자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끝장을 보지 못한 '끝장토론'이나 부처간 줄다리기 모두 집단이기주의의 산물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저마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있으니 결론이 날 리 없다. 논의가 계속될수록 의견이 수렴되기는 커녕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갈등만 심화됐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한국의 위성DMB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관련업계는 "갑론을박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젠 '통방융합'이든 '방통융합'이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맡겨둬선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국무조정실 등 제3자가 중재에 나서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소비자 편익과 산업발전에 비중을 두면서 기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수 IT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