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가 선정한 올해 10대 유망기술 중 국내 연구 수준은 얼마나 될까.' MIT 발간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에 게재된 10대 유망기술에 한국 과학자들도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박테리아 공장 등 일부 기술은 세계 학계가 인정하는 최상급 수준이며 범용 기억메모리기술 등 정보기술(IT) 분야도 선진국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연구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행 네트워크 등 아직 기술태동단계에 있는 분야도 있다. 이상엽 교수(KAIST 바이오시스템공학과)는 10대 기술의 하나인 박테리아 공장 기술분야에서 미국 버클리대 제이 키슬링 교수와 함께 세계 최고 석학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지난해 박테리아의 일종인 숙신산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학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등 이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교수는 "박테리아 연구는 한국이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이라며 "화학공장처럼 미생물을 대량 생산하는 박테리아 공장을 활용하면 에너지나 화학제품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난치병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종합기술원은 탄소 나노튜브를 활용,비휘발성 컴퓨터 메모리 제작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현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용 초고집적 메모리 기술도 세계에 버금갈만큼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또한 휴대폰 바이러스 퇴치기술과 관련,황미경 안철수연구소 홍보과장은 "지난 2003년 세계 최초로 위탁기반 휴대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등 국내 연구 수준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보다 작은 양자를 이용해 전선을 만드는 양자와이어를 연구하고 있는 여인환 교수(연세대 물리학과)는 "이 분야에 앞선 연구들은 현재 원자 하나하나를 직접 쌓아서 만드는 것까지 진전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전선에 필요한 자기를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나노소자를 이용한 원자 양자와이어 분야가 국내에서만 7개팀이나 연구하는 등 이 분야의 장래는 밝다"고 설명했다. 인간 대사체를 진단 분석하는 메타볼로믹스의 경우 이제 막 태동단계를 벗어나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라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과학기술연구원(KIST)이나 기초과학지원연 등에서 이제 장비를 도입하는 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노구조를 하나하나씩 볼 수 있는 자기공명현미경 기술과 관련,이 분야 전문가인 이순칠 교수(KAIST 물리학과)는 "외국에서도 이제 막 논문이 나오고 있는 첨단분야로 한국이 곧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바이오메커트로닉스나 실리콘 포토닉스,환경 컴퓨터,비행 네트워크 분야 등은 국내 기술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로 외국 기술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과기계 관계자는 "우리가 유망산업으로 꼽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세계에서도 유망기술로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MIT 10대 기술 선정을 통해 확인됐다"며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유망기술에 온 힘을 쏟고 있는만큼 우리나라도 이 분야의 연구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