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회계규정을 크게 강화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지키느라 관련비용이 크게 늘어 '몸살'을 앓고 있다. 주주보호와 투명한 회계관행 정착을 목표로 한 이 조치로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부담을 지게 돼 미국 재계에서는 회계감독 강화가 약(藥)인지,독(毒)인지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이 사베인스 옥슬리법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조항은 내부통제시스템을 대폭 강화한 404조. 이 조항은 내부통제 효율성에 대한 경영진의 보고서 및 관련 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회계장부에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반드시 서명해야 하는 의무 외에도 회계관련 인력과 시간을 훨씬 많이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2004년 결산보고서를 낸 S&P 500지수 편입대상 5백개 기업이 404조 준수 등을 위해 지출한 회계 관련비용은 35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USA 투데이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이 같은 비용 부담 때문에 일반 투자나 인력 채용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의료관련 소기업인 프라이어리티 헬스케어는 2004년 결산 회계비용으로 1백10만달러를 썼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4백91% 늘어난 것이다. 이 중 80% 정도인 81만1천2백달러가 404조를 지키는데 들어갔다. 전자제품에서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임대해주는 아론 렌츠의 회계관련 비용은 2백87%,목재회사 델틱팀버는 2백43% 증가했다. 대기업들도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경매회사 e베이의 회계관련 비용도 1백36.9% 늘었다. 파이낸셜 이그제큐티브 인터내셔널이 지난 3월 2백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새로운 회계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연평균 3만5천시간을 들였다. 이로 인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기업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벨리 자산관리의 CEO인 마리오 가벨리는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지키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부담 때문에 새로운 인력 채용을 연기했다"며 "지금은 학습기간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더 큰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아구스 리서치의 조사담당 국장인 리처드 야마론은 "새 법은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것이 경제호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조치가 재무제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높여주고 주주들을 보호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SEC)는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비용부담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짐에 따라 포럼을 만들어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재점검할 예정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이 조치의 적용이 2006년 7월15일로 연기된 상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