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일단 시작했다하면 세계 최단기간의 속도로 달성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에게 고령화 문제도 예외일 수가 없다. 선진국들이 1백여년에 걸쳐 이뤄진 고령사회가 우리는 불과 26년만에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고령사회 진입과 동시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도 고령화의 급진전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해 대책을 준비 중이며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프랑크 쉬르마허의 신작 '고령사회 2018: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라'(나무생각,1만2천8백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며 사회 문화 경제 및 세대에 미치는 엄청난 파장에 대해 실감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노년인구는 이제 더 이상 소수가 아닌 다수이며 노화에 대한 편견이 계속되는 한 우리 문명과 우리 삶에 무시무시한 액운이 될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고령사회에 대한 실체를 실감나게 보여 주어 독일 '슈피겔'지에서 12주 연속 종합베스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자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낙인이 결국 자의식과 통제력 상실,창의력과 사고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노화에 대한 우리의 가장 보편적 편견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 능력에 관한 연구 결과 20세에서 70세까지 능력의 일부인 속도만 약화될 뿐 어휘력은 일반적으로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증가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고령화의 충격과 파장을 문화전쟁,세대전쟁 및 사회·경제적 비용측면에서 분석해 그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또 노년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함으로써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가 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숙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