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CEO의 조건 ‥ 하창조 < EN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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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조 < ENI 대표 cj@enicorp.biz >
사업을 하다 보면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많은 사람이 각종 모임에 참석한다.
크고 작은 단체의 경우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인맥과 정보 공유라는 간접적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회장 등 임원을 두고 운영한다.
나 역시 몇몇 모임에 나가는데 간혹 회장이나 임원진에 따라 운영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본다.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화합 위주로 이끌어가는 분이 있는가 하면 회원들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모임을 이끌어가는 분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아 결국 모임이 흐지부지되는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볼 때면 회사 역시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입사 후 CEO가 되기를 꿈꾸지만 그 중 극소수만이 CEO자리에 오른다.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탁월한 직무 능력은 물론이고 선후배 간의 융화와 겸손함도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CEO가 되면 예전의 겸손함이나 조화로움을 잊는 사람도 있다.
회사 발전이란 큰 짐을 짊어지기 때문일까.
좋게 표현하자면 카리스마고,나쁘게 말하자면 아집과 편견,독선에 빠지는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회사의 진로 내지 사활이 걸린 안건을 결정할 때가 많은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학창 시절 데모가 한창일 때 어느 교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학생운동을 하는 건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당연할 수 있지만 만일 여러분이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면 지금의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심사숙고해 보라."
사업적인 결정에는 언제나 손해와 희생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득실을 따져본 뒤 보다 미래 지향적인 쪽으로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어떤 일이든 조직 구성원의 능력을 인정해 스스로 기획하게 만들고 토론을 통해 내용을 조정하도록 도와준 뒤 마지막 1%의 결정을 내리는 게 진정한 CEO의 역할이 아닐까.
물론 여러 사람의 어려운 사정을 다 고려하고 배려하다 보면 큰 결정이 어려울 때가 생긴다.
회사든 조직이든 운영자에게는 미래에 대한 안목과 틀림없다는 확신이 있으면 무조건 밀고나가는 뚝심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아집이나 독선적인 태도는 카리스마와는 다르지 싶다.
근래 여성 CEO들의 성공 사례가 자주 소개된다.
카리스마보다 주위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해 결정하는 모성적 리더십이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