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용인의 코오롱 중앙기술원에 한광희 사장 등 ㈜코오롱의 전 임원과 사업팀장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조정과 함께 신규사업 진출 모색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코오롱의 핵심 임원들이 시간을 쪼개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이날 발족된 '마케팅-R&D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것. 이 포럼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이기려하기보다는 아예 경쟁이 없는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VI)이론'을 코오롱이 앞으로 벌일 신규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1∼2개월마다 열릴 포럼의 포커스는 가치혁신 이론을 현실 경영에 접목하는 데 맞춰질 것"이라며 "앞으로 코오롱을 먹여살릴 새 시장도 이 이론을 적용해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가치혁신' 열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경쟁을 뚫고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치혁신 이론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고 있는 것.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경가치혁신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이론은 최근 출간된 '블루 오션 전략'의 애독자 명단에 노무현 대통령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이 오르면서 재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치혁신 이론 주창자인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가 저술한 이 책은 피튀기는 경쟁을 하는 기존의 시장을 '레드 오션'으로,가치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전인미답의 시장을 '블루 오션'으로 설정하고 블루 오션으로 가는 전략의 중요성과 실행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 박정인 회장 주재로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블루 오션 전략' 세미나를 가졌다. '블루 오션 전략'의 주요 내용을 임직원들이 공유한 뒤 이를 현대모비스에 어떤 형태로 적용할지에 대해 논의한 것. 박 회장은 "가치혁신 이론이 어떤 형태로든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세미나를 가진 것"이라며 "요약본을 봤지만 빠진 내용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기 위해 틈틈이 책도 읽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지난달 중순 기획 마케팅 연구개발(R&D) 부문 주요 임직원 30여명에 대한 가치혁신 이론 교육을 끝내고 신규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이 이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립스전자의 경우 실제 기업 경영 전반에 가치혁신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김위찬 교수의 '팬'임을 자처하는 신박제 사장은 "필립스가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데는 가치혁신 이론이 큰 원동력이 됐다"며 "혼자만 알기가 미안해 '블루 오션 전략'이 해외에서 간행되자마자 2백부를 들여와 이건희 회장 등 재계 인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영설 한경가치혁신연구소장은 "원자재가 상승,환율 하락 등으로 인해 기업경영 환경이 한층 악화되면서 가치혁신 이론을 향후 성장 전략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