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37
수정2006.04.02 22:41
'미국 주도의 산업자본주의 시대가 가고 유럽연합과 아시아의 부상에 따른 다극 중심의 디지털자본주의 시대가 온다.'
'미국시대의 종말'(찰스 쿱찬 지음,황지현 옮김,김영사)은 팍스아메리카나의 꿈에 젖어있는 미국인에게 '쓰나미처럼 무서운 충고'를 던진다.
저자는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미 하원 외교관계자문위원회 수석연구원.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실사구시형 정치학자로 평가받는 그는 먼저 로마제국 멸망의 주원인으로 디오클레시안 황제 이후 동서로 나뉘어 경쟁하게 된 상황을 꼽고 있다.
'하나의 극이 두 개로 나뉘면서 위계질서와 안정 대신 극심한 지정학적 경쟁 속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로마의 운명을 미국과 동일시한다.
'서구세계'로 불리던 유럽과 북미대륙이 유럽연합의 부상으로 분열되고 서로 충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냉전종식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단극체제의 종말을 예견하면서 후쿠야마(역사의 종말론)와 헌팅턴(문명충돌론) 등 이름난 정치분석가들의 이론을 반박한다.
이들이 제시한 비전은 모두 미국의 우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미국의 패권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의미있는 전망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강력해진 아시아와 함께 유럽연합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이런 추세는 단순한 '권력이동'이 아니라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로의 전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따라서 미국은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일방적인 대외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힘의 우위를 앞세운 외교정책을 벗어던지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그는 또 결속과 견제를 위해 '세계이사회'같은 새 국제기구를 설립하고 공동체적 정체성을 강화하며 인터넷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국경없는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미국은 패권을 완전히 잃기 전에 떠오르는 세력들과 공동이익을 위해 다각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주장은 때로 '미국의 건재를 위해 황금시간대에 대통령 연설을 방송해야 한다'며 '오버'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럽과 상호보완적 협력을 공고히 하고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한다는 등 장기적이고 폭넓은 대안을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영향력 축소를 감수하고 아시아 지역 국가간 통합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백20쪽,2만2천9백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