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들어 재테크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시중 자금이 빠르게 부동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8일까지 대표적 단기금융상품인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무려 2조4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불과 1주일 사이에 지난 한 달 유입액을 2.1배나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권의 요구불 예금 등 다른 단기 금융상품에도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또 하나 새로운 움직임은 채권과 채권형 상품에 시중 자금이 오랜만에 유입되는 현상이다. 올들어 4.6%대까지 급등했던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4% 이하로 떨어졌다. 다른 채권의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이번에 주가가 상승하면서 월평균 4조원 규모로 이탈됐던 채권형 펀드도 이달 들어서는 순유입세로 돌아섰다. 회사채 발행시장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재테크 시장에서 시중 자금이 부동화되고 채권형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경기가 불투명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당초 예상대로 올해도 '4월 징크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4월 징크스란 현 정부 들어 연초에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다가 4월 들어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가 다시 나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재테크 변수들이 주춤하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경기를 보면 당초 4%대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1·4분기 성장률이 3%대로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각종 실사지수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실제 경제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일시적인 경기부진(soft patch)'이냐 '본격적인 경기재둔화(double dip)'냐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그동안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됐던 세계 경기가 정점을 지난 데다 미국의 무역 적자로 상징되는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국제 통상환경이 악화되는 추세다. 또 국제유가는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달러화 약세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가격 변수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재테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조짐들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지난해 말 이후 유지해 왔던 주식 및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 위주에서 벗어나 안전 자산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신중한 재테크 전략을 한번쯤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