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믹스앤드매치(Mix And Match).'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3일 개막돼 18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규모의 가구전시회인 '제44회 밀라노 가구박람회'가 내세운 두 가지 키워드다. 밀라노가구박람회는 자재 중심의 독일 쾰른 박람회나 클래식가구 중심의 스페인 발렌시아박람회와는 달리 철저히 디자인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박람회에서 보여주는 디자인스타일이 향후 1년간 전세계 가구 트렌드를 주도하기 때문에 각국의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몰려든다. 이번 박람회에는 모두 50개국 2천1백28개 업체가 참가했고 19만여명이 관람할 것으로 추정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박람회를 둘러본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천연소재의 무늬목들이 주요 자재로 쓰이는 등 웰빙트렌드가 강화됐고 베이지색 진홍색 등 색상이 화려해진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컬러 유리 등의 소재와 목재가 어우러지는 '믹스앤드매치'스타일의 가구들이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동양적인 젠(禪)스타일의 퇴조와 화려한 색상의 비상=침대와 장롱 소파 의자 거실장 등 전통적인 가구에서는 수년동안 유럽을 휩쓸어온 '젠스타일'의 가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젠스타일은 일본풍인 '젠'의 영향으로 평상수준으로 높이가 낮아진 침대,야트막한 탁자와 소파,절제된 장식,흑백을 조화시킨 색상 등의 디자인을 일컫는다. 세계적인 침실가구업체인 무베,플로어 등이 출품한 침대들은 전체 높이가 젠스타일에 비해 20∼30cm가량 높아졌으며 흰색 위주이던 침구들의 색상은 빨간색 베이지색 오렌지색 파란색 등으로 화사해졌다. 목재는 오크(참나무)를 중심으로 제브라노(얼룩말무늬),흑단 등 무늬 결을 그대로 살린 자연 소재가 늘었다. ◆욕실,웰빙의 중심공간으로 부상=밀라노전시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욕실가구에 대한 대우가 해마다 달라진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설치된 욕실전시장은 올해 밀라노전시장에서 가장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중앙에 있는 14관에 자리잡았다. 전시면적도 6천㎡로 2003년에 비해 세 배이상 넓어졌다. 욕실의 위상이 집주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주거공간의 주역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욕실자재로는 방수처리된 목재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차가움보다는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웰빙트렌드의 반영이다. 리스토네지오다노사가 출품한 욕실에는 갈색 단풍나무로 벽면과 바닥을 만들고 욕조 부분만 쑥 들어가게 구성했으며 독서를 하고 차도 마실 수 있게 꾸며놓았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경연장,'살롱 새털라이트'=밀라노가구박람회 관람의 묘미 중 하나는 전세계의 재치넘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에도 '살롱 새털라이트'라는 이름의 전시관에서 이탈리아를 비롯 체코 칠레 홍콩 멕시코 등 전세계에서 22개 디자인학교와 5백10명의 디자이너들이 톡톡 튀는 제품을 전시했다. 이탈리아 가구연합회 파올로 롬바르디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원동력은 이처럼 자유분방한 젊은 디자이너들을 꾸준히 육성해 온 데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이탈리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