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역시 '주명덕식(式) 풍경' 사진이다.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열 번째 개인전을 갖는 중견 사진작가 주명덕씨(65)의 '풍경(Landscape)' 시리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산을 담은 사진들이다. 기법상 변화가 있다면 이번 작품들은 컬러로 인화한 풍경이라는 점이다. 주씨는 황규태씨와 함께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으로 우리나라 사진계를 대표하는 2세대 사진작가다. 근대화의 뒤안길에 숨어 있던 혼혈아,정신대 할머니들의 표정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제기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한계를 느끼고 20년 전부터 풍경사진으로 전환했다. 당시 그는 풍경사진으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아무도 사진을 실어주지 않았고 보여주지 못하는 사진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의 풍경사진은 즉흥적으로 감흥을 주는 그런 작품이 아니다. 거리를 두고 한참 바라봐야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선문답식 풍경'이다. 이번 신작의 전체적인 흐름은 흑백의 구도지만 대상은 자연 그대로의 색을 담았다. 사실성을 강조했다고나 할까. 기존 흑백작품보다 더욱 깊고 고요해진 산 풍경을 보여준다. 주씨는 자신의 풍경사진에 대해 "한 가지 주제를 10년은 찍어봐야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 감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5월6일까지.(02)732-467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