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자동차 회사이자 세계 4위의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 폭스바겐.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노조는 독일 내 임직원 12만여명 중 90% 이상이 가입할 정도로 막강했다.


매년 파업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1990년대 회사의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폭스바겐 노조는 변하기 시작했다.


독일 통일을 계기로 일었던 판매 특수가 사라지면서 1993년 폭스바겐의 자동차 생산량은 25%나 줄고 영업이익률도 5% 이하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노조도 당연히 함께 어려움에 빠졌다.


경영진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노조는 회사측과 대량해고를 피하는 대신 1993∼1994년 2년 동안 주당 근로시간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줄이고 실질임금도 삭감하는 대타협을 이뤄내 위기를 극복했다.


2002년 폭스바겐 노사는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다.


경영진과 노조가 2년 간의 협상 끝에 2002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투란' 생산을 담당할 자회사 '아우토5000'을 설립한 것.노사는 이를 통해 5천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신 1인당 월급은 상여금을 포함해 5천마르크(약 3백50만원)로 제한했다.


이는 본사 근로자의 80%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판매가 목표치를 넘으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당근'도 제시됐다.


지난해 투란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이에 따라 아우토5000 근로자들은 인센티브를 포함, 월 평균 4백20만원을 넘는 급여를 받았다.


제노 캐시바우머 국제영업담당 부사장은 "경영진과 노조가 똘똘뭉쳐 품질 좋은 차량을 만드는데 힘쓴 결과 판매가 늘었고 이로 인해 근로자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폭스바겐 노사는 다시 한번 과감한 타협을 이끌어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오는 2011년까지 6개 공장 10만3천명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2007년 1월까지 임금을 동결키로 합의했다.


또 올해 한차례 1천유로의 성과급을 주되 신입 직원에 대해선 최고 20%까지 임금을 적게 지급키로 했다.


이와 함께 시간외 근무비용 절감 차원에서 초과 근무시간을 적립한 후 생산 수요가 감소할 경우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확대하기로 했다.


폴커 바이스거버 생산담당 사장은 "노조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며 "폭스바겐 노조는 사측과 협의한 사항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임금을 삭감하거나 휴식시간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참여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고 설명했다.


노조측 대표인 하르트무트 마이네도 "최근 노사 협상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노조의 강경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작년의 타협은 비용 감축이라는 회사측 이해와 일자리 보장이라는 노조측 목표 사이에 공정한 균형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드레스덴(독일)=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