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철 < SK(주) 사장 president@skcorp.com >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2시에 제109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미국 보스턴에서 매년 4월18일(애국자의 날) 열리는 이 대회는 미국 선수권대회를 겸하고 있어 '아메리카 마라톤'이라고도 한다. 1897년 시작돼 올림픽 마라톤 다음으로 오래된 세계적 대회다. 한국 마라톤은 이 대회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제51회 대회(1947년)에서 서윤복 선수가 2시간25분39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제54회 대회(1950년)에서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가 1,2,3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2001년 제105회 대회에서는 이봉주 선수가 우승하며 한국 마라톤의 위상을 드높인 꿈의 대회다. 세계 마라톤 애호가들이 경쟁적으로 참가하다 보니,연령별 참가기록 제한이 갈수록 어려워져 60~64세 선수도 4시간○○분 이내의 공인기록이 있어야 보스턴 땅을 뛰어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2백여명이 참가했으며,필자는 3분을 단축시키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 참가한 회사 직원들의 뒷얘기를 들으면 대리만족과 함께 행복해진다. K대리(44세)는 고교졸업 후 입사,일본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을 뿐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다. 지독한 애연가인 그는 필자가 사장으로 부임하던 2002년 11월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다. 3시간5분3초의 기록으로 보스턴 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지만 적잖은 참가비용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회사와 동료직원들의 도움으로 난생 처음 미국 땅을 밟고 돌아왔다. L대리(43세)도 고교졸업 후 입사한 이래 울산공장에 근무하면서 마라톤 동호인이 되었고,3시간2분42초의 기록으로 지난 대회(108회)에 참가했다. 현지에서의 시차와 음식 등 환경 요인으로 레이스 도중 포기할 뻔했지만 어떤 교포 처녀의 정성어린 응원으로 4시간29분의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선물은 그 날 응원해준 아름다운 그 처녀와 1년 가까이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우다 내달 울산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민 3세인 이 교포처녀는 한국어를 거의 못해 L대리 스스로 영어공부를 하며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고 하니,마라톤으로 인생경영을 하고 가정경영까지 한 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43세 총각과 29세 처녀의 만남이 그들 스스로의 인연과 노력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