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지금이 변할 때다] (1) 군림하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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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민주노총(1일)과 한국노총(17일) 대의원대회가 열렸던 서울 영등포구민회관 앞.
이곳 주차장으로 에쿠스 체어맨 오피러스 SM7등 3천cc급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쉴새없이 들어서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도대체 무슨 행사가 열리길래 이렇게 '번쩍번쩍' 빛나는 승용차들이 많이 왔느냐"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부분 산업별 노조위원장이나 단위노조 위원장들이 대의원 자격으로 참가하기 위해 타고온 차들로 노조위원장들의 '특권'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
경영진은 이미 권력집단이 된 노조의 눈치를 살피느라 인사·경영권조차 상당 부분 양보하고 있다.
회사가 근로자를 전환 배치하려 해도 노조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A자동차는 지난달 일감이 적은 4공장 근로자들을 인기 차종을 만드는 5공장 등으로 전환 배치하려 했으나 노조의 저항이 워낙 거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내수용차를 주로 만드는 4공장은 내수 부진으로 재고가 쌓여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휴무 상태에 있었으나 노조는 주문이 밀려 쉴 틈 없이 작업이 진행 중인 다른 공장으로의 배치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편에선 근로자가 모자라고 다른 공정에선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해에도 노조의 반대로 끝내 전환 배치에 실패하자 결국 5공장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근로자 6백명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K사 노조는 지난해 노사 협상에서 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 요구안을 관철시켰다.
1998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삭제됐던 조항이다.
노조는 경영상태가 호전되자 57일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이 조항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회사측이 노조의 압력에 밀려 '백기투항'한 셈이다.
여수에서 중견기업을 경영 중인 P사장.그는 노조사무실을 들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노조위원장에게 '안부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시도때도 없이 파업하겠다고 으름짱을 놓는 '거대한 권력'한테 괜히 밉보였다간 언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노조사무실로 출근하게 만든다.
노조의 권한이 이처럼 막강해지면서 검은 유혹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터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와 항운노조 간부의 채용비리 역시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취직 장사 외에도 공금 횡령,이권 개입,발주 대가 금품수수,유흥업소 향응까지 천태만상의 비리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하남산단 내 D사 구내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 회사 노조 간부들이 매점 운영권과 관련,금품과 향응을 요구했다며 지난해 10월 국민고충처리위에 진정했다.
그는 노조 간부들이 매점 입찰을 미끼로 한 번에 수백만원이나 하는 술 접대를 여러 차례 강요하고 속칭 '2차'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익산 M사에서는 지난해 2월 노조 집행부와 회사관계자들이 상견례를 한 뒤 노조간부들의 요구로 익산시내 모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노조 규모가 클수록 비리도 커진다.
지난 2002년 7월 울산 H사 노조 간부가 납품업자로부터 6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노조 창립기념일을 맞아 조합원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다.
이 일로 노조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조 간부들이 권력을 이용해 공금을 유용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경우도 많다.
K은행 전 노조위원장인 K모씨는 지난 2월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조합비 1억1천여만원을 챙겨 부인 명의의 식당 인수계약금,딸 대학등록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노조 총무부장을 맡았던 K모씨는 2천3백여만원을 차명계좌에 따로 입금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노조 부위원장이었던 M모씨 역시 노조 일로 가사를 돌보지 못한다며 가정부 고용비 명목으로 8백90만원을 챙긴 게 들통났다.
지난 3월에는 K보험사가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노조위원장을 면직조치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위원장이 판촉용품 매장주 등으로부터 일정금액을 수수하는 등 6가지 비리사유가 적발돼 면직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이곳 주차장으로 에쿠스 체어맨 오피러스 SM7등 3천cc급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쉴새없이 들어서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도대체 무슨 행사가 열리길래 이렇게 '번쩍번쩍' 빛나는 승용차들이 많이 왔느냐"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부분 산업별 노조위원장이나 단위노조 위원장들이 대의원 자격으로 참가하기 위해 타고온 차들로 노조위원장들의 '특권'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
경영진은 이미 권력집단이 된 노조의 눈치를 살피느라 인사·경영권조차 상당 부분 양보하고 있다.
회사가 근로자를 전환 배치하려 해도 노조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A자동차는 지난달 일감이 적은 4공장 근로자들을 인기 차종을 만드는 5공장 등으로 전환 배치하려 했으나 노조의 저항이 워낙 거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내수용차를 주로 만드는 4공장은 내수 부진으로 재고가 쌓여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휴무 상태에 있었으나 노조는 주문이 밀려 쉴 틈 없이 작업이 진행 중인 다른 공장으로의 배치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편에선 근로자가 모자라고 다른 공정에선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해에도 노조의 반대로 끝내 전환 배치에 실패하자 결국 5공장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근로자 6백명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K사 노조는 지난해 노사 협상에서 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 요구안을 관철시켰다.
1998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삭제됐던 조항이다.
노조는 경영상태가 호전되자 57일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이 조항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회사측이 노조의 압력에 밀려 '백기투항'한 셈이다.
여수에서 중견기업을 경영 중인 P사장.그는 노조사무실을 들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노조위원장에게 '안부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시도때도 없이 파업하겠다고 으름짱을 놓는 '거대한 권력'한테 괜히 밉보였다간 언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노조사무실로 출근하게 만든다.
노조의 권한이 이처럼 막강해지면서 검은 유혹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터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와 항운노조 간부의 채용비리 역시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취직 장사 외에도 공금 횡령,이권 개입,발주 대가 금품수수,유흥업소 향응까지 천태만상의 비리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하남산단 내 D사 구내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 회사 노조 간부들이 매점 운영권과 관련,금품과 향응을 요구했다며 지난해 10월 국민고충처리위에 진정했다.
그는 노조 간부들이 매점 입찰을 미끼로 한 번에 수백만원이나 하는 술 접대를 여러 차례 강요하고 속칭 '2차'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익산 M사에서는 지난해 2월 노조 집행부와 회사관계자들이 상견례를 한 뒤 노조간부들의 요구로 익산시내 모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노조 규모가 클수록 비리도 커진다.
지난 2002년 7월 울산 H사 노조 간부가 납품업자로부터 6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노조 창립기념일을 맞아 조합원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다.
이 일로 노조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조 간부들이 권력을 이용해 공금을 유용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경우도 많다.
K은행 전 노조위원장인 K모씨는 지난 2월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조합비 1억1천여만원을 챙겨 부인 명의의 식당 인수계약금,딸 대학등록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노조 총무부장을 맡았던 K모씨는 2천3백여만원을 차명계좌에 따로 입금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노조 부위원장이었던 M모씨 역시 노조 일로 가사를 돌보지 못한다며 가정부 고용비 명목으로 8백90만원을 챙긴 게 들통났다.
지난 3월에는 K보험사가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노조위원장을 면직조치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위원장이 판촉용품 매장주 등으로부터 일정금액을 수수하는 등 6가지 비리사유가 적발돼 면직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