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입행 6년차 전산 담당 직원이 회사돈 4백억원을 자기 주머니로 빼돌려 선물ㆍ옵션투자를 하다 3백30억원을 날린 금융사고(金融事故)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우리카드와 코오롱캐피탈 등에서 비슷한 액수의 횡령(橫領)사건이 터진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면 금융회사들의 내부 통제시스템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지난 사건들처럼 이번에도 해당 은행에선 횡령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점이다. 자기 은행 직원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16차례에 걸쳐 매번 30억~70억원의 뭉칫돈을 가족명의 증권계좌로 불법 입금했음에도 이를 수상히 여긴 금융감독원이 은행측에 통보한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자금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우리 금융회사들의 자금관리 시스템이 모두 그렇게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대 중반 영국 베어링스와 일본 스미토모은행이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이후 금융회사들의 자금운용에 대한 상호견제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일반화됐다. 우리도 외환위기 이후 감사기능이 대폭 강화되는 등 내부 통제시스템이 한층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 아직도 적지않은 금융회사들의 내부 견제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금거래에 대해선 자동적으로 이중 삼중의 확인장치가 이뤄지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와함께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될 것이 금융인들의 윤리의식(倫理意識)이다.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업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엄격하고 투명한 윤리의식이 요구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각종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 바로 그런 취약한 금융인들의 윤리의식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전산시스템 등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이를 움직이는 금융인들이 잘못된 마음을 갖는다면 사고 가능성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앞으로 금융회사의 내부는 물론 회계법인 등 외부 감사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금융회사들의 내부 견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덕성이 무너지면 금융업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는 각오로 금융인들의 윤리의식을 높이는데도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