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의 이형표 심사관(49)은 요즘 살 맛이 난다. 대전 사택(社宅)과 서울 집(고덕동)을 오가던 4년간의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지난달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인해 나빠졌던 건강이 호전됐다. 업무 효율도 높아져 지난 3월의 특허심사건수는 2월보다 10% 늘어났다. 이 심사관의 생활을 이처럼 바꾼 것은 바로 '공무원 재택(在宅)근무제'. 이 심사관은 "지난달부터 재택근무를 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며 "회의나 커피타임 등으로 빼앗기는 시간이 없어 업무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 공무원사회에서 재택근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1년간 정부원격근무지원서비스(GVPN)를 시범실시한데 이어 지난달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집이나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김병규 시스템운영센터장은 "재택근무시스템 이용자가 시범서비스 기간이던 작년 말 3천9백여명 정도였으나 3개월이 지난 이달 초 현재 8천55명(중앙인사위 등 38개 기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택근무시스템 이용 방식은 △업무 프로그램과 인증시스템을 집에 있는 PC나 노트북에 설치한 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하루종일 근무하거나 △평소에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주말이나 퇴근 후 집에서 짬짬이 업무를 보는 형태로 구분된다. 정부기관 중 말 그대로의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 특허청이다. 3월 초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특허청은 재택근무시스템 이용자 58명 가운데 54명이 실제로 각자의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1주일에 1일과 4일씩 재택근무하는 인원이 각각 19명,2일이 12명,3일이 5명이다. 특허청 박성준 정보개발과장은 "재택근무할 경우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김종갑 특허청장이 성과결과물로만 업적을 평가하고 인터넷 전용회선 및 전화비용 등을 모두 지원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특허를 심사하는 업무특성상 독립적인 업무가 많아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도 있다"며 "재택근무자의 경우 대체로 이전보다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무협조 등을 위해 1주일에 하루 이상은 사무실에 출근토록 하고 있다. 특허청을 빼고는 대부분 잔여 업무를 집에서 보거나 외부에서 결재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지난 1월 입각한 이후 집에 있는 PC로 매주 3∼4회 전자결재를 하거나 업무보고를 점검하고 있다. 장관 취임 직후와 지난달 팀제 도입 직전 행자부 직원들에게 장문의 e메일을 보낸 것도 재택근무시스템 덕분이었다. 김태호 경상남도 지사는 출장이나 외부이동때 인증시스템이 깔린 노트북을 항상 갖고 다니며 전자결재 등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경남도 관계자는 밝혔다. 행자부 김병규 센터장은 "재택근무시스템 도입으로 공무원 업무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이용자수를 2만5천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