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지수 1,000시대가 다시 열렸다고 기뻐한 지 한 달 반 만에 주가는 1백포인트나 하락했고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3월초만 해도 낙관론 일색이던 시장 분위기는 어느새 비관론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비관론이 일시에 힘을 얻는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시장 비관론자의 주장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주가 하락이 비관론자를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주식시장이 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주가 하락도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촉발됐고 그 이후로도 경기지표의 부진, 실망스러운 기업 이익 등 미국시장의 문제가 우리 주식시장에 줄곧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이미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경제국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며 지역적인 한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또 한국 경제의 대외개방도가 높아 해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가 돼 있고,주식시장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놓은 탓에 이들의 영향력이 무시 못할 수준에 달한 지 오래다. 경제구조와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은 자본의 효율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회복을 이끈 주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이 해외 변수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변수에 영향받아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이 이런 사례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로 내수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고,전체 국민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가고 있으며,대외 무역거래에서도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미국을 넘어서는 등 교역 대상이 다변화되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국내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했던 국내 투자자의 위상이 적립식 펀드,변액 보험 등을 통한 간접투자상품 확대와 국민연금 등의 주식투자 확대 등을 통해 제고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원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여전히 견조하고 최근 수년간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내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휴대폰 LCD 등 우리의 주력 제품들은 모두 세계 톱5 안에 진입했거나 넘보고 있지만 우리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웬만한 우량기업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예금 금리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의 전세계 주가 하락은 '소프트 패치'에 대한 우려감이 인터넷을 타고 빛의 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있지만,이런 때일수록 한국의 투자자들은 증시 참여를 적극적으로 더 늘려도 좋을 것 같다.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매매보다는 우량주에 대한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으로,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세계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우리 기업의 실력을 믿고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우량주를 더 사들일 때다. 지금 한국의 자산시장은 화학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IMF 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자금시장에서는 일정부분 투자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올리는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이미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잔액은 27조원에 이르고,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적립식 주식저축과 보험사의 변액보험 잔액도 4조원을 넘어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봐도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가 하락은 투자자산 가운데 주식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