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아랍지역 투자자들이 유럽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등 걸프지역 투자자들은 올 들어 유럽에 총 25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걸프지역에서 유럽에 투자한 금액(23억5천만달러)을 넘는 수치다. 작년 10월에 설립된 두바이의 투자회사인 DIC는 다임러크라이슬러 주식 10억달러(약 1조원)어치를 사들여 이 회사 3대주주가 됐으며 영국에서 밀랍인형 박물관인 '마담투소'를 운영하는 투소그룹을 8억파운드(약 1조5천억원)에 매입했다. DIC는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 알 마크툼 왕자가 소유한 두바이홀딩스 계열 투자회사다. 또 아부다비 왕족들은 영국 런던의 부촌인 나이스브리지 지역의 호텔과 상가를 인수하기 위해 아일랜드 투자회사인 데렉 퀸랜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FT는 걸프지역 왕족들이 세계 4위의 부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타랄 알 사우드 왕자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알 사우드 왕자는 유로디즈니와 씨티그룹 주식을 갖고 있으며 최근 호텔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중동지역 담당자인 자밀 아크라스는 "통상 아랍지역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투자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단기간에 투자수익을 회수하려는 사모펀드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