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헌씨 두번째 소실집 '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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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5년 '월간문학'에 단편 '묘약을 지으며'를 발표하며 등단한 중견 작가 임동헌씨(48)가 두번째 소설집 '별'(문이당)을 펴냈다.
작가는 문명의 끊임없는 진보 속에서 왜소화되고 존재 의미마저 거세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 시선으로 그려낸다. 고학력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지 못하고 주변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삶의 방식은 편해졌지만 감당해야 할 폭력성은 더 늘어난 현대인의 고통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경향은 표제작인 '별'을 비롯 '나는 풍란을 키운다네','아이 러브 토일릿'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별'에서 작가는 투자분석가인 '나'와 골동품 제조공장 사장인 '그녀'라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인물을 내세워 문명의 양극점을 대비시킨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자주 언급되는 '별'은 온전한 것이 남아 있지 않은 세상에 대한 자조이면서 중심에서 밀려난 인물들의 허망한 낭만적 심리기저를 상징한다. 작가는 '복제 불가능한 골동품'을 복제해 내는 그녀의 역설적 행위를 통해 문명시대의 싸늘함을 증언하고 증권사 투자분석가라는 멀쩡한 직업을 포기하고 운전기사를 하는 '나'의 선택을 통해 삶의 허상을 보여준다.
'아이 러브 토일릿'은 박사학위를 받고도 7년째 대학 조교를 하고 있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 본 작품이다.
그의 눈에 드러나는 세상은 '과민성 대장증상 증후군'으로 일컬어지는 소위 '변의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기본적인 배설 의지가 해결되지 않는 현대인들의 '과민성 증상'을 우화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