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조업 위기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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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영국의 마지막 자동차 제조업체인 MG로버가 끝내 문을 닫게 된 것을 계기로 '제조업 위기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비겁한 정치인들이 영국 자동차 산업을 멸종시켰다"고 질타한 데 이어 17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유럽 선진국들 간에 다음 세대에 물려줄 제조업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제조업 일자리 급감
유럽 최대 산업국인 독일에서는 지난 5년간 제조업 일자리가 50만개나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1975년 6백만개에 육박했던 제조업 일자리가 지난해 말에는 4백만개 이하로 떨어졌다.
영국도 3백30만개밖에 남지 않은 일자리가 매주 2천5백개씩 없어지는 추세라고 영국 통합산업노조인 아미쿠스는 주장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피터 윌리엄스 교수는 유럽 제조업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60년대에는 유럽 일자리의 40%가 제조업에서 나왔으나 이 비중이 향후 수년 안에 10%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일자리 급감은 실업률 상승을 불러 경제활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지난 2월 실업자 수가 전시(戰時) 수준인 5백20만명에 달했으며 올해 경제성장률도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각국의 제조업 살리기 노력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제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기업인의 의욕을 살리기 위해 법인세 인하와 함께 각종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친환경 자동차,신약 개발,나노테크놀로지 등 기술 집약적 산업에 20억유로의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이를 위해 2억5천만유로 규모의 벤처 육성 펀드를 만들기로 했으며 생명공학도시 설립을 위해 1백여개 후보 도시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제조업 대안으로 금융서비스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극약 처방 필요
그러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프랑스 정부의 대책은 고통스러운 개혁을 회피하기 위해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려는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이 지적한 본질적인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고 있는 높은 세금과 노동시장 규제다.
'추락하는 프랑스'라는 책을 쓴 니컬러스 바베레즈는 "프랑스식 경제 모델은 '닫힌 사회'였을 때는 유효하지만 세계화가 된 지금은 경쟁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