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50
수정2006.04.02 22:53
"중국산 철근 때문에 못살겠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재고 부담을 떠안고 있는 국내 철근업계가 중국산 철근까지 무더기로 수입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저가,저품질의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등 시장까지 교란하고 있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산 철근 수입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2만9천t에 불과하던 중국산 철근은 지난달 5만6천t으로 늘어났으며,이달에는 1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철근 수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0%에서 66.7%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무엇보다 이 같은 중국산 철근이 KS(한국산업규격 인증) 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건설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표준화법 규정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국내 제품과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KS 심사를 거치지도 않은 저가의 중국산 철근을 쓰고 있는 데다 심지어 일부 철근 가공업체들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생산된 국내 제강업체의 철근을 중국산과 바꿔치기해서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철근 유통업체와 건설업체는 부적합한 수입 철근 사용으로 인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생산자 태그(TAG)와 제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서류상 국내 KS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탈법도 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게다가 중국과 일본이 한국에 저가로 철근을 수출하는 바람에 국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산 철근은 자국 소비용 가격에 비해 t당 11.4%(59달러),중국산은 2.0%(9달러)나 싼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밀려드는 중국산 탓에 국내 업체의 가동률이 지난 3월 82%까지 하락하고 재고가 증가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