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보이스] 웰빙과 복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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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면 여러 설명이 있지만 역시 그 초점은 '복지(福祉)'로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복지'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겨 볼 필요를 느낀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대개는 사람의 행복과 안녕(安寧)을 서술해 놓고 있다.
내가 여기에서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니라면 복지는 그냥 개인 차원의,또는 물질적 수준의 그렇고 그런 행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요즘 유독 한국 사회에서만 들불처럼 번져 가는 이른바 '웰빙' 바람은 어찌 보면 조금 천박스럽기조차 한 게 사실이라 할 만하다. 근자에 들어 내 눈에 띄기로는 그 천박성을 넘어 혐오스러운 지경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은 아닌지 산란스러운 마음이 달래지질 않는다. 분명히 해 두거니와 이쯤에서 무슨 '이데올로기'나 체제 논쟁의 단초를 열어 놓을 생각이라고는 없다.
그렇긴 하지만 '복지'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다 함께 최소한으로 누릴 수 있는 평균적인 삶의 '질',곧 이것을 고양(高揚)시켜 나아가는 것에 그 종국적 목표를 안치(安置)시켜 놓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는 의당 정부 측 과제의 으뜸을 차지할 만하고,요새 황사와 함께 불어제치는 과도한 '웰빙' 바람의 고개를 꺾는 대응책도 정교하게 꾸려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상한 짓' 한다는 따위의 역풍(逆風)도 있게 할 만큼 기술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삼 그동안의 정황을 회고해 볼 필요도 있다. 경영의 양극화가 한층 그 골을 깊게 함으로써 한쪽에서는 임금도 제때 못줘 전국 노동사무소 문턱이 닳아 빠질 참인데 몇몇 대기업 사무실에서는 호화로운 '웰빙' 장신구가 나날이 늘어간다는 보도가 요란하다.
분수가 흘러 내리는 유리 벽에 대리석 계단,아스라이 높이 솟아 올라 있는 천장 등은 마치 지난날 번성했던 로마제국의 왕실을 연상케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휴게실은 고급 카페 수준이어서 최신식 커피 제조기에 일류 호텔에서 갖 구워낸 빵들이 늘 대령해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식욕의 침이 아니라 나로서는 이 조그만 나라의 '분열'이 염려되는 마른 침이 넘어간다.
언제이던가,외신을 타고 흘러 온 한 뉴스 내용에 가슴 뭉클한 적이 있었다. 미국 소도시 서민아파트에서 남루한 차림의 한 노인이 숨졌다. 그는 유언장에 자신의 막대한 유산을 불우시설에 넘긴다고 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