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을 잡아라’


금융업에 유통전쟁이 한창이다.


제조와 유통의 분리는 비금융업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 그 트렌드가 금융산업에도 확산되면서 유통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금융사간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간, 금융회사와 유통회사간 업무장벽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경쟁사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통혁명은 이미 진행 중


얼마전까지만 해도 보험에 들려면 보험사를, 증권거래를 하려면 증권사를 찾아야 했다. 지금은 아니다. 은행에 가면 보험도 들고 증권계좌도 열 수 있다.상품권을 파는 은행도 있다. 그런가 하면 모바일뱅킹을 통해 핸드폰으로 은행업무는 물론 증권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


비단 은행만이 아니다.보험사와 증권사들의 유통혁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라는 전통적인 판매채널에서 탈피,전화 인터넷 홈쇼핑 등 신채널을 발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09년엔 온라인 보험판매비중이 전체의 40%에 이를 전망이다.


자산운용사들도 주력상품인 펀드판매창구를 증권사에서 은행 및 홈쇼핑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안에 보험설계사는 물론 전화와 인터넷까지 판매채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도 기존의 단순 위탁매매중개에서 벗어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은행점포에 미니 점포(BIB)를 내는가 하면 중소형 증권사들도 프라이빗 뱅커(PB)를 두고 종합자산관리사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할인점 온라인포털업체 이동통신사 등 유통망을 가진 업체들이 금융회사의 주요 파트너로 등장하고 있다.


○사활을 건 싸움과 적과의 동침


작년 2단계 방카슈랑스를 앞두고 벌어졌던 은행과 보험사들의 힘겨루기도 따지고 보면 금융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한판싸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싸움은 앞으로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당장 시급한 현안이 보험사들로 하여금 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보험상품을 판매토록 하는 어슈어뱅킹의 허용 여부. 지금까지 이에 부정적이던 정부는 오는 2007년까지 이를 검토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업 유통혁명은 '적과의 동침'이란 현상도 초래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증권사,보험사,상호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과만 업무제휴를 맺었다.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강한 탓이다.그러나 우리은행은 다음달 9일 선보이는 금융백화점에서 팔 상품을 위해 강력한 경쟁상대인 씨티은행과 업무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백화점과 슈퍼마켓점포


금융업의 유통혁명은 기존 점포의 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은행에 증권사 점포가 들어선데 이어 우리은행 신한지주 등은 거대한 금융백화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는 정 반대로 미니점포도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금융상품판매 등 자산관리 영업에 특화된 직원 3~4명 규모의 미니점포를 확대키로 하는 등 다양한 점포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도 금융점포가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 은행에 보험판매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칸막이식 금융회사간 업무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올 상반기 중에는 은행법 개정으로 슈퍼에도 금융 업무가 허용될 예정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하영춘.이상열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