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들 암 정복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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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대표는 요즘 항암제 신약 개발의 꿈에 부풀어 있다. 현재 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이 진행 중인 10여개의 항암제 신약후보 물질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들은 암이 생길 경우 활성화되는 '히스톤 단백 탈아세틸화 효소(HDAC)'를 억제,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신개념의 항암성분으로 이 회사가 지난해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 처음 개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02년 HDAC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해 HDAC에 결합할 수 있는 7백여개의 화학물질을 만든 후 세포실험과 1차 동물실험을 거쳐 이 가운데 1백여개를 추려냈다.
이후 2차 동물실험을 통해 다시 10여개를 골라내 약효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들이 신약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조 대표는 자신감에 차있다. 그는 "동물실험 결과 같은 작용원리를 이용해 미국에서 개발 중인 항암제보다 약효가 3∼4배 가량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 하반기에 전임상 시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이처럼 1만분의 1 성공확률로 꼽히는 암정복을 위한 신약개발에 대거 도전하고 나섰다. 코미팜 툴젠 이노메디시스 이매진 등 기업들은 거대 제약회사들도 어려워하는 항암제 개발에 나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일부는 임상시험에 진입해 상품화를 앞두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암유발 효소를 억제하거나 암세포의 염색체를 짧게 하고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등 기존 항암제와 다른 작용원리를 이용,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높은 항암제를 탄생시키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코미팜(대표 양용진)은 비소화합물인 메타 아르세나이트염 성분의 전립선암 치료제 '코미녹스'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미녹스는 세포의 수명과 연관이 있는 염색체의 일부인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해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하는 항암제다. 회사측은 독일에서 3∼8개월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전립선암 말기 환자 55명에게 코미녹스를 투여한 결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노메디시스(대표 변희섭)는 외부의 화학물질이 아닌 인체 내부의 면역력에서 암치료의 열쇠를 찾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면역세포인 'T세포'를 체외에서 1천배 이상 대량 배양한 후 환자에게 다시 주입시켜 암세포를 죽이도록 하는 폐암치료제 '이노락'을 개발,현재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툴젠(대표 신우현)은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의 생성을 막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툴젠은 암세포 혈관을 생성시키는 단백질인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는 항암제에 대해 올 하반기에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매진(대표 김준)은 단백질 'p43'을 활성화해 암세포의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항암제에 대해 올해 하반기에 중국 제약회사인 시니파머수티컬사와 공동으로 중국에서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상품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했다 해도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장기간의 노력과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고난한 작업"이라며 "국내 제약회사들이 가능성 있는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동개발에 나서는 협력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