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회계 투명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을 시급히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그동안 세계 회계업계에서 미국 회계제도와 '힘겨루기'를 해왔지만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수용되는 추세인 데다 미국도 장기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태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회계학회와 회계연구원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국제회계기준 수용방안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20일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 등이 후원,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국제회계기준 수용 방안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혜영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1백여개 국가가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수용하거나 수용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한국 입장에서도 국제회계기준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적용 대상 기업과 관련해서도 "일단 거래소 상장기업부터 시작해 2~3년 단위로 코스닥기업과 공기업,비상장기업,중소기업 등 외부 감사를 받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공인회계사,상장기업 회계 담당자,대학 교수 등 3백97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8%가량이 완전 수용에 찬성했고 반대 의견은 16%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오준환 건국대 경영대 교수도 "국내 기업들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전면 수용은 힘들겠지만 기본 골격은 대폭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되면 국제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저평가 현상)가 줄어들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할 때 회계 처리를 두 번 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국제회계기준 수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문택곤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선진국들이 모두 국제회계기준을 따라가는 추세인데 한국만 이를 외면하면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을 빨리 수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 적용 대상을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찮다.


유재규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장은 "외국에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회사라면 국제회계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외국인들이 재무제표를 볼 필요가 없는 비상장 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굳이 그럴 이유도,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유 실장은 또 "국제회계기준을 앞장서 도입한 유럽에서도 상장기업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되 중소기업 등은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