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의 공식 건배주 자리를 잡아라.'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기 위한 전통주 업체들의 물밑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0일 부산시 APEC준비단에 따르면 정부가 정상회의 개최에 필요한 물품을 모집하고 있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전통주 업체들이 자사의 술을 공식 건배주로 사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통상 국제회의의 공식 건배주로는 포도주가 사용되지만 알코올 도수가 비슷한 우리 전통 술도 단독으로 또는 포도주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부산시의 입장이다. 부산시 APEC준비단 관계자는 "공식 건배주는 정상들이 직접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보안상 이유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는 술의 이름은 대외비"라며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배주로 거론되고 있는 술은 2002년 ASEM회의 건배주로 사용된 '선운산 복분자'(산딸기)와 부산에서 생산되는 상황버섯 발효주인 '천년약속',화랑(찹쌀),천국(국화꽃) 등이 꼽히고 있다.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술인 막걸리와 안동소주 등은 국제회의 관례주인 포도주의 알코올 농도(12~14%)와 큰 차이가 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부산시 관계자는 전했다. APEC정상회의에서 건배주가 사용되는 것은 오는 11월18일 1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벡스코(BEXCO) 연회장 만찬 때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장 자격으로 회원국 정상들에게 건배를 제의한다. 19일 동백섬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의 오찬 때도 건배주가 사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면 적어도 1차례,많으면 2차례 정상들에게 제공되는 기회를 잡는다. 뿐만아니라 공식 건배주로 채택되면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고 매출신장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각축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 선운산 복분자의 경우 ASEM건배주로 사용된 이후 매출이 4~5배나 급증했다. 5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APEC통상장관회의에 맞춰 외국 포도주와 우리 전통술을 대상으로 하는 '와인 콘테스트'가 열릴 예정인데 그 결과가 공식건배주 선정에 일부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관련 업체들은 여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편 부산시는 이번 APEC정상회의를 지역상품 홍보와 경제활성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년약속'이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런 의사를 이미 외교통상부 등 정부 관련부처에 전달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