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기업들의 구인난(難)이 심화되고 있다. 경제가 과열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고성장으로 치달으면서 13억명의 인구대국인 중국에서 외국기업들은 물론 현지업체들도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남부 대도시와 베이징에서 고성장에 따른 임금상승으로 저임금 노동자층이 급속히 얇아지고 있는 추세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20일자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5일자)는 이 같은 중국의 인력난을 집중 조명하며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비용상승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고임금과 인력난을 못이겨 해안 대도시를 벗어나 중부 내륙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으며 아예 중국에서 철수해 노동력이 풍부한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IHT에 따르면 중국 남동부 지역의 최저임금은 지난 2월에 34%나 올라 월 70∼82달러에 달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는 방글라데시보다 30∼50달러,베트남 및 캄보디아보다는 45달러 높아 두배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인적자원 컨설팅업체인 휴잇 어소시에이츠의 뱅상 고띠에르는 "이제 중국 노동력이 값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킹메이커란 현지 신발제조업체의 재무담당자인 데이비드 라이 역시 "5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젊은 인력이 많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나 중국 내륙으로 사업의 일부 내지 전부를 옮겨가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상하이 조립공장의 생산단가가 말레이시아 공장보다 더 높다"며 "내륙인 청두 외곽에 공장을 지어 코스트를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물류비가 많이 들지만 인건비 절감폭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최대 동물완구업체인 드림인터내셔널은 이달 초 베트남에서 6천명의 신규 노동자를 충원했는데 중국에서는 단 한명도 인력을 늘리지 않았다. 일반 노동자는 물론 고급 인력 확보전도 가열되고 있다. 경제는 갈수록 고(高)부가가치화하고 있는데 고급 인력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파올로 가스파리니 로레알 차이나 대표는 "중국인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선 괜찮은 수준이지만 마케팅면에서 경험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인력은 극히 적다"며 안타까워했다. 상하이 베이징 등지에서 회계 영업 유통 브랜드경영 등 전문성을 가진 고급인력은 미국과 유럽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 소재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 중견 매니저는 2만7천∼3만2천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간부급은 4만6천∼5만4천달러.최고경영자는 8만∼9만달러 이상이다. 연간 중국 물가상승률은 2% 수준인데 이들의 임금상승률은 6∼10%에 달한다. 스페인의 전기스위치기어 생산업체인 F&G차이나는 주요 인력에 대해 임금을 50%나 올려주고 있는 데도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경험을 쌓고 돌아온 일명 '하이구이(바다거북이란 뜻)'들이 이런 간격을 메워주고 있지만 주로 간부급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 한창 일할 나이의 하이구이는 중국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현지시장에 대한 지식이 모자란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인력난은 중국 비즈니스의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IT업체 오라클의 중국 남부지역 법인장인 에이릭스 푼은 "전문성을 갖춘 매니저 그룹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서 우리 사업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안소니 우 대표는 "인력이 없어서 중국 내 메이저 고객 입찰에 제안서를 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의 인력난은 장기적으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을 불러 전세계에 물가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남동부 해안의 '수출 클러스터' 발전전략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어서 중국 당국도 고심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