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대지수 등 심리지표의 호조세를 실물지표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연초 한껏 부풀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경기회복 신호를 목빼고 기다리던 정부도 이젠 경기 낙관론을 한 발 뒤로 물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서서히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의 경기전망 기관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민간경제연구협의회 오찬간담회’에서 “한 두가지 지표만 보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꾸물대는 경기회복세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연구원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더딘 가장 큰 원인으로 '양극화'를 꼽았다. 기업수익 국제수지 등 거시지표에는 봄볕이 따사롭지만 서민들의 생활형편은 여전히 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민간소비가 크게 회복되긴 힘든 상황인 셈이다. 한 참석자는 "지난 2000∼2004년 중 기업부문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연 평균 60%가까이 늘어난 데 반해 개인부문은 0.5% 증가하는데 그쳤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고용과 투자가 없는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거시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재경부도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 부총리는 이날 열린 민간경제연구협의회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실물경제까지 가는 데는 시차가 있다"며 "정확한 회복 시점은 (3월 주요 거시지표가 나오는) 이달 말 이후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 회복이 관건 이날 한은의 '경제동향간담회' 참석자들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육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투자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국내투자도 대규모 설비확충보다는 연구개발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제조업 부문에서 고용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또 경기회복세가 확산되기까지는 저금리 및 재정확대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이날 민간경제연구협의회에 모인 민간 연구원장들은 △장기적 경제 성장잠재력 확충 △글로벌 경제에 맞는 시스템 구축 △은행들의 산업자금 지원 독려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과세기반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