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원로들 "이것만은 내가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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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5세인 농심 신춘호 회장은 요즘도 주요 신제품 이름을 직접 짓는다.
농심이 최근 선보인 '자연지향 땅칩'과 '車비라면'도 신 회장의 작품이다.
자연지향 땅칩은 새로운 진공공법을 통해 감자 '본래'의 맛을 내도록 했다는 제품 컨셉트에 맞췄고 車비라면은 '자동차' 컵 홀더에 놓고 먹을 수 있는 '비타민' 함유 라면 스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막내딸 윤경씨(태평양 서경배 사장의 부인)가 4살 때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하고 부른 데서 '새우깡'이란 이름을 착안한 신 회장의 '작명술'을 재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네이밍이다.
재계에는 신 회장처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자신이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를 아직도 손수 챙기는 원로 창업주들이 많다.
오뚜기 함태호 회장(75),한국야쿠르트 윤덕병 회장(78),매일유업 김복용 회장(85),샘표 박승복 회장(83) 등이 그들이다.
오뚜기 함 회장은 TV CF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지금도 TV 방영이 결정되기 전 CF 데모 테이프를 직접 챙겨 보면서 광고 컨셉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함 회장은 남다른 애국심으로도 유명하다.
80년대 초 베스트푸드가 국내 마요네즈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애국심 마케팅'으로 시장을 지켜낸 데 고무돼 오뚜기 직원들은 지금도 매달 1일 사업장별로 애국 조회를 갖는다. 조회때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샘표 박 회장에게서는 공장 견학을 빼놓을 수 없다.
76년 국무총리실 행조실장에서 물러나 가업을 이어받은 박 회장은 이 때 공장견학 제도를 신설했으며 지금까지 큰 애정을 갖고 관리하고 있다.
매달 공장 방문자 수를 보고받는 것은 물론 견학 고객들에 대한 설명 문구까지 점검한다.
박 회장은 86년 국내 기업 CEO로는 처음으로 TV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광고 멘트의 요지는 '깨끗한 공장을 보신 뒤 안심하고 드시라'는 것.
한국야쿠르트 윤 회장의 가장 중요한 지시사항은 불우이웃 돕기나 재해 지원 등 성금(誠金) 기부.한국야쿠르트가 왕성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 덕이다.
매일유업 김 회장은 1년에 두달 정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돌며 신상품 동향을 파악하는 데 보낸다.
국내 컵 커피 시장을 개척한 '까페라테' 등이 김 회장이 발굴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